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이르면 7월 말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의 대량 생산에 돌입한다. 현재 옵티머스는 테슬라 공장에서 부품 분류와 박스 적재·운반 등의 비교적 단순한 작업 위주로 시험 운영되고 있다. 테슬라는 일정 수준의 물량을 생산하면 옵티머스를 전기차 공장에 실전 투입해 사람이 하던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작업을 대체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를 2028년 3만대 규모로 생산하겠다는 양산 계획을 내놨다. 중국 유니트리가 올해 2만대 출하를 목표로 양산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가운데, 한국·미국·중국의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성능면에서 비교 우위를 갖추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는 것이 휴머노이드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테슬라 옵티머스(2세대),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유니트리 G1. /각 사

1일 로봇업계와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7월 말에서 8월 초 3세대 옵티머스 V3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5월부터 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의 모델 S·모델 X 전기차 생산라인을 해체하고 옵티머스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테슬라는 프리몬트 공장과 별도로 텍사스주 기가텍사스 공장 일대에 옵티머스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중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는 전용 생산라인에서 올해 옵티머스를 얼마나 생산할 것인지 생산량 목표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후 "옵티머스에는 1만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가고 완전히 새로운 생산라인에서 처음 대량 생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 속도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옵티머스는 공장·집 등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개발됐다. 공장에서 특정 공정만 담당하는 산업용 로봇과는 지향점이 다르다. 양산 초기에는 옵티머스를 공장·물류 현장에 배치해 산업용으로 쓰고 장기적으로는 가정과 서비스 분야에서 가사 노동이나 돌봄 서비스 등에 쓰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3세대 옵티머스의 구체적 사양과 디자인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와 관련해 머스크는 "우리가 뭔가를 공개할 때마다 경쟁사들이 프레임 단위까지 세밀하게 분석해 최대한으로 따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테슬라 옵티머스와 달리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는 제조·물류 현장에서 일하게 될 산업용 로봇이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 양산 시점을 2028년으로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아틀라스를 연 3만대 규모로 생산해 우선적으로 2만5000대를 미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기차 공장 등에 배치할 예정이다. 초기엔 HMGMA 공장에서 부품 분류와 운반 등 규칙적인 물류 작업에 적용하고 2030년부터 부품 조립과 같은 제조 핵심 공정으로 아틀라스의 작업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틀라스를 개발한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미 매사추세츠주 월섬에 연구개발(R&D) 거점이 될 로봇·AI 센터를 짓기로 했다. 로봇·AI 센터는 아틀라스와 4족 보행 로봇 스팟, 물류 로봇 스트레치 등 로봇 제품군의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상용화를 위해 조립 표준을 완성하는 역할 등을 맡게 된다. 아틀라스 생산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신설할 로보틱스 총괄 법인이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산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중국 유니트리다. 유니트리는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55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하한 데 이어, 올해 최대 2만대를 출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니트리는 하반기 상하이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조달할 약 42억위안(약 1조원)을 신제품 개발과 생산 시설 확장에 쓸 계획이다.

유니트리는 생산 원가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테슬라 옵티머스나 현대차 아틀라스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제품군의 평균 판매가는 2023년 60만위안(약 1억3000만원)에서 지난해 16만위안(약 360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특히 가장 대중적인 제품인 G1은 기본 가격이 9만9000위안(약 2200만원) 수준이다.

유니트리가 2년 사이 판매가를 크게 낮출 수 있었던 것은 핵심 부품을 자체 설계·생산하며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유니트리의 생산 원가는 9000달러(약 1300만원) 수준으로 테슬라 옵티머스 생산 원가 추정치(약 10만달러)의 약 10분의 1 수준이다. 유니트리는 휴머노이드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 액추에이터(로봇 관절 움직임을 제어하는 부품)를 비롯해 모터·감속기·모터드라이버 등을 자체 생산한다. 로봇업계에선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제조 원가 중 외부 부품 조달 비중이 20%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테슬라와 현대차그룹은 외부 공급망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중국·대만의 부품 공급망을 활용하되 최종 조립은 미국에서 하는 구조로 알려졌는데, 장기적으로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은 자체 생산 비중을 높여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테슬라는 양산을 통해 생산 원가를 낮춰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할 가격을 3만달러 수준으로 잡고 있다.

로봇업계 한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부품 공급망이 이미 중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중국 공급망을 활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최근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로봇과 부품 사용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공급망 안정 차원에서 조달 방식을 조정하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 생산 원가는 현재 10만달러대 중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아틀라스 생산량이 3만대에 달하면 생산 원가가 초기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일정 수준의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면 생산 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8년까지 액추에이터 생산 시설을 구축해 연 35만개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을 밝혔다.

원가 경쟁력은 중국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성능 측면에서는 미국에 밀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송예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테슬라 옵티머스는 20~25kg을 적재하고 4~5 시간 작동할 수 있는 반면, 유니트리 G1은 적재 중량 3~5kg 수준의 경량 물류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 유니트리가 판매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75%는 대학·연구기관 등에서 교육·연구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산업 현장 실전 투입을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10% 미만인 산업 현장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유니트리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관건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