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그룹, SK그룹과 함께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광주·전남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신규로 조성하고, 2035년까지 전국에 18.4기가와트(GW)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배터리 업계는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 공급이 많은 지역 특성상 전력 계통 안정을 위한 배터리가 필요하고, 24시간 전력이 공급돼야 하는 데이터센터에도 비상용 전원 역할을 할 배터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그룹과 SK그룹이 반도체 클러스터를, SK그룹이 데이터센터 구축을 주도하기로 한 만큼 그룹 산하 배터리 업체인 삼성SDI와 SK온이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 연합뉴스

30일 복수의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인 광주·전남에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많은 곳이라 전력 계통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전력을 보관해 뒀다가 쓸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하고 데이터센터는 배터리가 필수"라며 "원자력발전소를 신규로 짓거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하지 않는 이상 배터리 공급망을 활용할 듯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전남에 800조원을 투입해 각각 메모리팹 2기씩, 총 4기를 구축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신규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약 6.3GW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호남권의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활용해 전력을 조달하겠다고 했다.

재생에너지는 특유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력 피크나 전력 완충 등 전력 계통 안정화를 위해 ESS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1GW의 재생에너지를 2시간 동안 백업할 때 필요한 배터리 용량은 2GWh다. ESS에 흔히 쓰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당 용량을 200암페어(Ah), 셀 단가를 킬로와트시(kWh)당 55달러로 잡으면 2GWh의 배터리 용량을 구축하는데 약 1억1000만달러(약 1703억원)가 소요된다.

광주와 전남 지역의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각각 0.42GW, 6.55GW로 총 6.97GW 규모다. 재생에너지의 또 하나의 축인 풍력 발전의 경우 광주에는 없고 전남 지역에는 0.56GW 규모가 설치돼 있다. 태양광과 풍력만 합치면 7.53GW의 설비가 있는 것이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재생에너지에 붙는 ESS용 배터리 설치비로만 약 8억2500만달러(약 1조2773억원)가 들어간다.

◇ 1GW급 데이터센터에 전기차 3750대분 배터리 필요

데이터센터에도 정전을 대비한 배터리가 갖춰져야 한다. SK그룹·GS그룹·네이버 등은 2035년까지 18.4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1단계로 2029년까지 550조원을 투자해 8.4GW 규모(SK 5GW, GS 2.4GW, 네이버 1GW)의 데이터센터가 지어진다. 2단계는 SK가 10GW의 데이터센터를 추가 확충하는 것이다. 2035년까지는 총투자 규모는 18.4GW 기준 1000조원 이상이다.

네이버의 AI 데이터센터 '각 세종' 전경. / 네이버 제공.

데이터센터 내 배터리는 정전이 발생했을 때 비상 발전기가 가동될 때까지 약 5~15분간 버텨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1GW급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배터리가 순간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출력은 1.1~1.2GW 정도다. 1.2GW의 출력을 15분 동안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배터리 용량은 300MWh(0.3GWh)가 필요하다.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80kWh 정도 된다고 보면, 전기차 약 3750대 분량의 배터리가 필요한 셈이다.

데이터센터에는 일반적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쓰인다. 배터리 팩, 배터리 관리시스템, 컨테이너 등을 포함한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구축 비용은 1kWh당 등급에 따라 250~350달러 수준이다. 1kWh당 250달러에 구축한다고 생각하면 300MWh 용량의 배터리 설비치는 약 7500만달러(약 1161억원)다. 배터리를 최고급으로 구축하면 1억500만달러(약 1626억원, 300MWh*350달러/kWh)의 설치비가 들어간다.

정부와 기업이 발표한 18.4GW급 데이터센터에는 13억8000만달러 ~ 19억3200만달러(약 2조1376억~2조9927억원) 어치의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한국 배터리 3사의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생산능력이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부터 충북 오창에서 1GW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SK온은 생산능력이 7GWh 규모인 서산 1·2공장 중 2공장의 설비 일부를 ESS용 LFP 배터리 생산 시설로 교체 중이다. 생산능력은 3GWh 규모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1공장과 울산 공장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 일부를 ESS용으로 교체 중이지만, 생산능력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이미 ESS 생산용량은 꽉 찬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재생에너지 활용, 데이터센터 구축에 들어갈 배터리 규모에 대한 정부의 계획이 마련돼야 배터리 업계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