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이 호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 조선사들이 서로 다른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은 업황이 꺾일 것을 대비해 설비 투자를 신중히 진행하고 있는 반면, 중국 업체들은 신규 조선소를 잇따라 건설하며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중국 국영조선소 후둥중화조선이 지난해 중국 다롄 창싱다오에 신조선소를 준공했다./ CSSC 홈페이지 캡처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누적 수주 실적은 총 30척, 96억달러로 연간 수주 목표의 약 70%를 달성했다. 상선 부문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4척과 원유 운반선 6척 등 총 28척, 금액 기준으로는 52억달러를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총 129척을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 233억 달러의 64%를 달성했다. 한화오션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5척, LNG 운반선 6척 등 총 25척, 43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다.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수주 물량이 크게 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건조 설비는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화오션의 설비 가동률은 99.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과 HD현대중공업의 가동률은 각각 98%, 99.4%였다.

설비 가동률이 100%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지만, 국내 조선사들은 설비 투자에 쉽사리 나서지 않고 있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에 속하는데, 언제든 불황 국면에 들어설 수 있는 만큼 대규모 설비 확충은 투자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업계 일각에서는 조선업이 곧 조정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창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최근 3년 간 친환경 선박의 발주가 많았는데 이러한 초강세 시장이 계속 이어진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규제 때문에 시장이 양호할 수 있다고 보고는 있지만, 단기적으로 조정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달까지 816척을 수주하며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중국은 생산력을 큰 폭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중국 국영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의 후둥중화조선(CSSC)은 중국 상하이 창싱다오에 431.8헥타르(ha) 규모의 신규 조선소를 준공했다. 해양전문매체 포트뉴스에 따르면 후둥중화조선은 이 조선소를 만드는데 약 180억위안(약 4조888억원)을 투자했다.

포트뉴스는 "조선소가 완전히 가동되면 연간 6척의 특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되고 LNG 운반선 생산량은 연간 6척에서 10척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상하이시는 조선소가 위치한 창싱다오에 내년까지 1200억위안을 투입해 조선해양 산업 단지로 발전시키고, 대형 LNG 운반선의 연간 생산량을 18척으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 2022년 과거 한국 STX그룹의 다롄 조선소를 인수한 헝리중공업도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해 생산력을 확대하고 있다.

헝리중공업은 지난 2024년 92억위안을 투자해 연간 건조 능력을 710만톤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생산 능력을 확대한 헝리중공업은 지난해 VLCC, LNG·LPG 운반선, 컨테이너선 건조를 위한 '미래 공장(Future Factory)' 준공식을 진행했다.

중국 정부도 조선업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며 조선사들의 생산량 확충과 기술 고도화를 위한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은 '국수국조(國需國造·자국 선박은 자국에서 건조하는 것)' 원칙을 세우고 조선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 은행들은 자국 기업이 자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할 경우 배값의 95%까지 대출을 해준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조선사들이 추가 설비 투자를 계속 주저할 경우 머지않아 중국에 비해 생산 능력이 크게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설비 투자 부진은 기술 격차 감소와도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의 독(dock·선박 건조장) 대부분은 1990년대 이전에 건설됐다. 내년 가동을 목표로 부유식 독 1기를 건설 중인 한화오션 정도를 제외하면 현재 신규 설비 투자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생산 설비를 늘리지 않는 조선사들은 필리핀 등 해외 생산 기지를 활용해 범용 선박을 제조하고,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집중하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국내에서 투자를 확대하려면 근본적으로 글로벌 업황 변동의 영향을 덜 받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며 "중국의 국수국조 원칙처럼 한국도 국내 조선사에 발주하는 해운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