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과 두산그룹 사이에 논의됐던 SK실트론 지분 매각 본계약이 지연되면서 매각 재검토설이 제기됐으나, 양측은 SK실트론 매각가 조정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이 SK실트론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2월 이후 지금까지 반도체 업황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양측은 최근까지 매각가와 거래 구조와 관련한 세부 조건을 조율하며 최종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SK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협상 결렬이나 원점 재검토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 분위기는 다르다"며 "거래 자체를 접는 것이 아니라 최종 조건을 다듬는 단계로 이해하는 것이 맞는다"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해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리밸런싱(사업 재편)과 자산 유동화를 위해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했다. 매각 대상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29.4%)을 제외한 나머지 70.6%다.
SK실트론은 반도체 핵심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SK실트론이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SK그룹의 전략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 결국 시장에선 SK실트론 매각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 회장이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행사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SK실트론 매각과 관련해 "실무진이 결정한다"고 말한 것도 매각 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양측은 매각 여부가 아니라 매각가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개선된 것이 협상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최근 SK실트론의 자산가치와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거래 지연의 배경 역시 매각 철회보다는 기업가치 산정과 거래 조건 정교화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SK실트론 매각 대상 지분 가치를 2조~3조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시장에서 4조~5조원대가 될 것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선 7조원 이상이 언급되고 있다. 글로벌 웨이퍼 기업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상승하며 반도체 소재 업종에 대한 시장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영향을 줬다. 일본 신에쓰화학공업주가는 올해 초 4944엔에서 지난주 기준 7549엔으로 약 53% 상승했다. 일본 섬코(SUMCO) 주가도 1536엔에서 4152엔으로 약 170% 급등했다.
SK그룹의 리밸런싱 기조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실트론 매각은 SK그룹의 포트폴리오 재편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재무구조 개선 측면에서 보면 SK실트론을 매각하는 것이 SK그룹 차원에서 득이다. SK실트론의 영업이익은 2024년 3155억원에서 2025년 1931억원으로 줄었다. 총차입금은 2022년 약 1조9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3조85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SK실트론 지분을 갖고 있는 SK(주) 입장에서도 SK실트론 매각 대금으로 순차입금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올해 1분기 기준 SK(주)의 순차입금은 약 7조3000억원이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협상 관련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