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정부 주도로 나프타분해시설(NCC·Naphtha Cracking Center) 설비 감축을 위한 구조 재편 작업이 시작됐으나, 울산 석유화학산업 단지에 대한 논의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울산 산단에서 NCC를 운영하는 업체는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 3곳인데 에쓰오일이 약 9조원을 투입한 '샤힌 프로젝트'가 조만간 기계적으로 완공된다는 것이 논의 지연의 이유다.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내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으로 NCC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인 나프타(납사)를 고온·고압으로 분해해 만들어내는 제품과 사실상 같다.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원유를 정제해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스팀크래커 등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 에쓰오일 제공

23일 정부와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울산 석유화학 산단의 재편 논의는 샤힌 프로젝트 가동 이후에 이뤄질 예정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신규 설비인 만큼 해당 설비가 성공적으로 가동되는지 여부에 따라 NCC 설비 감축 대상이 될지 말지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그동안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와 같은 신규 설비는 감축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샤힌 프로젝트의 상업 가동이 11월 이후에 이뤄지는 만큼, 울산 석유화학 산단 재편 논의는 올해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의 기계적 완공은 6월 말에 이뤄진다. 이후 바로 시운전에 들어간다. 다만 각종 인허가를 거쳐 받는 준공 예상 시점은 11월로 잡혀있고 상업 가동은 이후에 시작될 전망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거래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 만큼의 품질을 갖춘 제품이 원하는 수율로 나와야 상업 가동에 들어갈 수 있다"며 "연말 안에 상업 가동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에쓰오일이 9조2580억원을 투자한 샤힌 프로젝트는 원유를 석유화학 기초 원료로 전환하는 TC2C, 에틸렌 생산 시설인 스팀크래커, 저장 설비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울산 석유화학 산단에선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이 NCC로 에틸렌을 생산 중이다. 각 업체의 생산 규모는 연간 90만톤(t), 66만t. 18만t이다. 샤힌 프로젝트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연 180만t으로 기존 생산 규모보다 많다.

울산 지역 내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를 가동해 보고 구조 개편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샤힌 프로젝트 가동 규모를 줄이라는 논의 외에 다운스트림에 대한 논의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에쓰오일로부터 나프타를 공급받고 있는 대한유화로선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는 시점에 맞춰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에쓰오일은 그동안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하던 나프타를 샤힌 프로젝트에 투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보다 생산이 늘어난 에틸렌 등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울산 석유화학 산단 안에서 어떻게 소화할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다만, 샤힌 프로젝트가 NCC 감축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증권사의 석유화학 전문 애널리스트는 "샤힌 프로젝트가 3분기부터 돌아갈 텐데, 아마도 이를 통해 이익을 거둘 것"이라며 "NCC 감축 논리가 '공급 과잉으로 적자에 처했다'는 논리였는데, 샤힌 프로젝트는 흑자를 낼 경우 석유화학 산업 재편에 포함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울산 산단에 대한 논의는 샤힌 프로젝트가 가시화해야 진행될 것"이라며 "샤힌 프로젝트도 NCC 감축 대상에 들어갈지 말지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