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원유 지표 중 중동산을 상징하는 두바이유와 미국산을 상징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임박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역전되면서, WTI 가격이 두바이유 가격보다 높게 형성됐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두바이유 가격이 떨어진 여파다. 두바이유에 기반해 가격을 책정하는 중동산 원유 수입이 많은 한국 정유사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2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두바이유와 WTI 가격 역전은 4월 29일(배럴당 두바이유 106.49달러, WTI 106.88달러) 한 차례 발생한 이후 12일(두바이유 83.18달러, WTI 84.88달러)부터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 수치인 18일 기준, 두바이유(73.09달러)와 WTI(76.60달러)의 가격 차이는 배럴당 3.51달러다. 이는 2022년 이후 최근 5년 동안 WTI 가격이 두바이유를 앞질렀던 가격 격차 중 두 번째로 크다. WTI가 두바이유보다 가장 비싸게 팔렸던 것은 2022년 6월 13일로 두 유종의 가격 차이는 5.3달러였다.
WTI 가격이 두바이유를 앞지르는 데에는 아시아와 유럽 정유사들이 미국과 이란 전쟁 이후 중동산 원유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산 원유 구매를 확대한 것이 영향을 줬다. 로이터통신은 에너지 분석 기업 케이플러 등의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해, 미국의 5월 원유 수출량은 일평균 560만배럴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로써 미국의 월평균 원유 수출량은 지난 4월 기록한 기존 최대치(520만배럴)를 다시 넘어섰다.
미국산 5월 원유 수출 물량 가운데 아시아향은 일일 245만배럴, 유럽향은 240만배럴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일일 80.8만배럴을 기록하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미국산 원유를 들여왔다. 4월보다 32% 증가한 수치다.
두바이유와 WTI 가격 역전은 한국 정유사의 원가 부담을 줄여줄 전망이다. 정유업계에서는 경질유인 WTI보다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중질유인 두바이유가 WTI보다 저렴한 것이 정상이라고 본다. 하지만 미국이 셰일오일을 증산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심으로 감산이 이뤄지면서 두바이유 가격이 WTI보다 높아 한국 정유사는 원가 부담을 안고 있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전까지 한국 정유4사는 도입 원유의 약 70%를 중동산에 의존하고 있었다. 중동산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이 내려가면 원재료 도입 비용이 절감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두바이유 가격이 떨어졌고, 결국 WTI 가격보다 낮아졌다"며 "아직 두바이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거의 없어 가격 하락이 큰 의미는 없지만, 두바이유가 가격이 떨어지는 것 자체는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