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규제와 중국산 철강의 과잉 공급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철강사를 지원하기 위한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 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 이른바 'K-스틸법'이 발효됐다. 그러나 유럽, 일본 등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데 반해, 이 법에는 저탄소 전환을 위한 보조금 지급, 산업용 전기료 인하 등이 담기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K-스틸법은 17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지난 1986년 철강공업육성법이 폐지된 이후 40년 만에 제정된 철강 산업 특별법이다.

K-스틸법에는 저탄소 철강 인증제 도입과 저탄소 철강 특구 지정, 기업 간 생산량 조율을 위한 공정거래법 특례 적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폐자동차와 산업 현장 등에서 나오는 철스크랩 등 재생철자원을 활용하는 가공 전문 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 철강업계, EU 탄소 규제·관세 부과로 신음

K-스틸법은 중국의 저가 철강의 공급 과잉과 글로벌 철강 시장의 수요 감소, 각 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철강 수입 규제 등으로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를 돕기 위해 제정됐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은 24억5000만t(톤)으로 전체 수요를 약 36% 초과했다. 이 중 중국이 생산한 철강은 전체의 47%인 11억4000만t에 달했다.

유럽이 철강 수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국내 철강업계에 악재가 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국 가운데 EU의 비중은 13.83%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EU(유럽연합)가 지난 1월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해 탄소 배출 기업과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철강 산업의 경쟁력 악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CBAM은 EU 외 국가에서 수입된 제품을 대상으로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EU는 철강에 대한 관세 장벽도 높이고 있다. 오는 7월 1일부터 한국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철강 제품에 대해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는 관세 할당 제도(TRQ) 물량을 기존 3382t에서 1835t으로 줄이고 TRQ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50%의 관세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 "우리도 日·유럽처럼"… 철강 지원 핵심은 보조금·전기료 부담 완화

업계에서는 K-스틸법 시행으로 철강사들이 저탄소 기술로 전환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 등 각 국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등 적극적으로 철강업 부흥에 매진하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U는 지난해 2월부터 시행 중인 '에너지 행동 계획(Action Plan for Affordable Energy)'을 통해 산업용 전기 요금을 인하하고 철강 등 전력 소비가 많은 업종에 대해 가격 부담을 낮췄다.

철강 전문 매체 스틸오비스에 따르면 독일은 올해부터 새로운 산업용 전기요금제를 도입해 철강, 화학 등 전력 다소비 업종에 대한 요금을 최대 50% 할인하고 단가가 킬로와트시(kWh)당 5센트(약 75원)를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설정했다. 이 제도는 2028년 말까지 시행될 예정인데, 독일 정부는 일몰 시점을 2030년 이후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럽은 저탄소 철강 전환을 위한 자금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2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회원국의 철강 탈탄소화 프로젝트에 약 90억유로(약 16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해왔다. 독일 철강사인 잘츠기터는 올해 가동 목표인 전기로 건설 등에 10억유로(1조757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받았다.

일본도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그린 전환(GX·Green Transformation)' 정책을 통해 향후 10년 간 저탄소 철강 사업 전환을 위해 정부 지원금 20조엔(약 189조원)과 민간 투자 150조엔(약 1417조89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GX 추진기구는 일본 철강 기업인 JFE스틸의 탈탄소 투자를 위해 최대 1800억엔(약 1조7013억원) 규모의 채무 보증을 서겠다고 밝혔다.

철강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산업용 전기 요금은 지난 2021년 4분기에 kWh당 105.5원이었지만, 2024년 4분기에는 185.5원을 기록해 3년 만에 약 75% 상승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독일 철강사들이 내는 전기요금의 약 2.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산업만 단독으로 챙기는 정책이나 법안을 수립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주요 국가 전략 산업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과감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나 재정 지원책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