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

"국내 기업 대부분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ea)' 대신 '어셈블리 코리아(Assembly Korea)'를 붙였더라구요."

최근 만난 태양광 업계 관계자가 지난 4월 대구에서 열린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에서 본 광경을 전해주며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 기업보다 중국 기업이 더 많았다"며 박람회에 참가한 한국 기업이 '한국산'이 아닌 '한국에서 조립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현실을 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에서는 중국산에 대한 위기감이 크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만 외칠 뿐, 태양광 공급망 붕괴에 대한 문제의식은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기후부는 지난달 19일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누적 용량을 100GW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5년도 기준 30.8GW 수준인 태양광을 2030년까지 87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9월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이행 전략 중 하나로 내세운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 언론과 재생에너지 업계는 정부의 태양광 확대 정책이 너무 장밋빛이라고 여러번 지적했다. 국내 태양광 업체 설비 용량으로는 정부 계획을 감당할 수 없고, 결국 중국산이 범람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정부는 8개월 만에 태양광 확대 계획을 또다시 들고나왔다.

물론 정부가 추가로 발표한 계획은 있다. 태양광 부지 확보 전략이다. 태양광으로 1GW급 전력을 만들려면 축구장 2000개 면적의 부지가 필요하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범정부 '초대형 계획 입지 발굴 추진단'을 구성키로 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정한 속도대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펴면 중국산이 범람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대응책, 국내 태양광 공급망을 되살릴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태양광 공급망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구성되는데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은 없다. 한국에 살아있는 태양광 공급망은 셀을 조립하는 모듈 단계뿐이다.

더구나 정부는 국내 공급망 육성을 막을 수 있는 발전단가 인하를 내세웠다. 정부는 1kWh(킬로와트시)당 150원 수준인 태양광 발전 단가를 2030년 100원, 2035년 80원까지 낮출 계획이다. 발전단가가 낮아지면 발전사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쯤이면 중국의 저가 공세로 국내 태양광 공급망이 무너진 과거는 잊힌 것이나 진배없다. 국내 유일 잉곳·웨이퍼 전문 생산업체였던 웅진에너지는 중국의 단가 후려치기로 인해 최종 파산한 것이 불과 4년 전인 2022년이다.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홀딩스와 잉곳 이후 사업을 수행하는 한화큐셀(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 부문)은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 그사이 중국은 전 세계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 사업의 90% 이상을 점유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의거,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공급망 업체에 현금 인센티브를 부여해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 중이다. 또한 자국에서 만든 제품을 사용한 발전사에 추가 세액 공제 혜택도 준다. 중국의 가격 후려치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막을 마련한 셈이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인데 왜 한국에서 사업하고 싶지 않겠나. 정상 가격이라도 받을 수 있는 토대만 마련되면 언제든 에너지 안보를 위해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태양광 공급만 말할 것이 아니라, 국내 공급망을 살려 중국에 종속되지 않을 기업 유인책을 만드는 것이 더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