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을 비롯해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3사가 미국 현지 생산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과 노후 전력기기 교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미국 전력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초고압 차단기. / 효성그룹 제공

21일 전력기기업계에 따르면 최근 효성중공업 자회사 효성HICO는 미국 에너지 인프라 솔루션 기업 콴타의 자회사와 합작법인 '효성HICO 브리커(HYOSUNG HICO BREAKER, LLC)'를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합작법인은 오는 10월부터 미 펜실베이니아주 캐넌즈버그의 콴타 공장에서 72.5 킬로볼트(㎸)부터 800㎸급의 초고압 차단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초고압 변압기와 초고압 차단기를 모두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콘센트에 꽂아 사용하기까지는 '발전→송전→변전→배전'의 4단계가 필요하다. 원자력·화력·태양광 등으로 만든 전기의 전압은 10~24kV 정도로 높지 않다. 때문에 멀리 전기를 보내기 위해선 전압을 154kV, 345kV, 765kV 등 초고압으로 높여 전력 손실을 줄인다. 대신 도심 근처에선 초고압 전기가 위험하기에 전압을 낮춰야 한다.

전압을 올리고 낮추는 것이 변압기로, 초고압 변압기는 발전소 바로 옆 변전소나 도심 외곽 대형 변전소에 설치된다. 차단기는 일종의 '안전 스위치'로 누전이나 합선이 생겼을 때 작동하며 발전소와 변전소의 전기 입구와 출구, 송전선로의 양 끝에 설치된다.

효성중공업은 현재 한국 전력기기업체 중 유일하게 765kV급 초고압 변압기를 미국 현지 공장에서 설계·생산하고 있다. 2019년 일본 미쓰비시전기로부터 인수한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이다. 효성중공업은 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멤피스 공장 증설에 나섰다. 2024년 착수한 2차 증설이 연내 완료되면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2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3차 증설은 2028년 완료 예정이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3차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2차 증설 후 확보하게 될 총 생산능력 대비 50%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HD현대일렉트릭도 내년부터 미국에서 765kV급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345~500kV급은 미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으나, 765kV급은 주로 울산 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해 왔다. 올해 3월 착공한 몽고메리 2공장이 내년 4월 완공되면 765kV급 시험·생산 설비를 도입해 효성중공업의 아성에 도전한다.

LS일렉트릭은 미국 시장에서 AI 데이터센터, 대형 빌딩 등에 공급되는 고전압 전기를 분배·제어하는 배전반(차단기·개폐기)에 집중하고 있다. 미 서부 유타주 공장에선 배전반을 생산하고 있고, 남부 텍사스주 배스트럽에서도 지난해부터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에 납품하는 중·저압 전력기기와 배전반을 생산 중이다.

전력기기업체들이 미국 현지 생산 확대에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미국 시장의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미국 변압기 시장 규모는 2024년 122억달러(약 18조4074억원)에서 2034년 257억달러(약 38조7762억원)로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물류비를 아끼는 이점도 있다.

전력기기업체 한 관계자는 "현지에 공장이 있으면 생산 이후 납품까지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며 "현지에 생산거점이 있어야 파트너십 구축에도 유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