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대만 언론에 한국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대만 보안 시장 1위 업체인 타이완 세콤이 '컴퓨텍스 2026' 전시장에서 뉴빌리티의 인공지능(AI) 야외 순찰 로봇을 자사 보안 시스템과 연계해 선보이면서다.
로봇은 스스로 순찰 구역을 돌며 쓰러진 사람 등 이상 상황을 감지하고 관제센터에 알리는 기능을 시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전시장에서 뉴빌리티 로봇에 사인을 남긴 장면도 현지의 관심을 더했다. 국내 도심과 아파트 단지를 누비던 자율주행 로봇이 대만 보안 시장 공략에 나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뉴빌리티는 대만과 일본에서 현지 기업들과 손잡고 실외 로봇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7년 출범한 뉴빌리티는 자율주행 로봇 '뉴비'를 개발해 2년 전 국내 처음 도심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를 상용화한 회사다.
뉴빌리티는 대만에서 타이완 세콤과 하반기 실증(PoC)을 목표로 AI 기반 야외 순찰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 로봇이 감지한 이상 신호와 현장 영상을 세콤 관제 시스템으로 보내, 기존 폐쇄회로(CC)TV와 순찰 인력이 놓치기 쉬운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식이다.
린젠한 타이완 세콤 회장은 "현장의 안전 관리 수요가 높아지면서 보안 사업은 점차 AI, 로봇 등을 결합한 지능형 서비스로 고도화되고 있다"며 "한국 뉴빌리티의 로봇은 실외에서 사용할 수 있어 공항을 비롯한 여러 야외 장소에서 순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자율주행 로봇은 안전 규제가 까다로운 일본 시장의 문턱도 넘었다. 뉴빌리티는 지난 5월 일본 로봇딜리버리협회(RDA)의 안전 기준 적합 심사를 국내 기업 최초로 통과했다. RDA 심사는 로봇의 주행 안정성을 비롯해 원격 관제, 비상 대응 등 서비스 운영 체계를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다. 뉴빌리티는 지난해 12월 일본 로봇 기업 로보하이와 도쿄 독일마을에서 실증을 진행하며 현지 운영 경험을 쌓았다. 이 인증을 기반으로 올 3분기 일본 대형 음식 배달 플랫폼과 손잡고 도쿄 도심에서 배달 서비스를 실증할 예정이다.
뉴빌리티가 아시아 시장에 발을 디딘 무기는 305대의 로봇으로 배달·순찰 서비스를 운영하며 쌓은 주행 데이터다. 뉴빌리티는 배달 플랫폼 요기요와 로봇 배달 서비스를 운영해왔고, 아파트 단지 배송과 성남·분당 일대 순찰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배달의 경우, 주문이 들어오면 로봇이 음식점으로 이동하고, 점주가 음식을 적재함에 넣은 뒤 출발 버튼을 누른다. 로봇은 지정된 수령 장소까지 이동하고, 주문자는 앱으로 도착 알림을 받은 뒤 적재함을 열어 음식을 꺼내는 방식이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와 사물인터넷(IoT)을 연동해 공동 현관을 지나 집 앞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도 구현했다.
가격 경쟁력도 해외 진출에 강점으로 작용했다. 뉴빌리티는 고가의 라이다(LiDAR) 센서 대신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을 채택해 로봇 제작 단가를 낮췄다. 카메라로 주변을 인식해 지도를 만들고 위치를 찾는 자체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판매 가격은 해외 경쟁사 제품의 4분의 1 수준이다.
뉴빌리티 관계자는 "해외 기업이 사업 가능성을 타진해 오면 실증부터 새로 해야 하는 로봇이 아니라, 데이터를 토대로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실제 현장에서 실패하고 개선한 경험이 경쟁력으로 쌓인 것"이라고 말했다.
뉴빌리티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실외 자율주행 로봇은 배달, 순찰, 물류, 공공 안전 등 활용처가 넓지만 국내에서는 인증과 지자체·건물별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해 확산 속도가 더딘 편이다. 뉴빌리티는 내달 하이브리드 휴머노이드 로봇 실물을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제조·물류·배달 현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