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노르빌팽트 전시장에서 개막한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6 현장. 유럽 최대 방위산업 전시회답게 전시장에 들어서자 마자 남색, 국방색 등의 군복을 입은 이들이 사방에서 눈에 들어왔다.

15일(현지시각) 유로사토리 2026이 개막한 프랑스 파리 노르빌뺑드 전시관 KNDS 부스에 래피드파이어 랜드가 전시돼 있다. /김지환 기자

현대로템의 부스에 들어서자 루마니아 군복을 입은 일행이 다목적 무인 차량 HR-셰르파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었다. 현대로템은 원종대 국방부 차관보와 함께 루마니아 군 관계자들에게 HR-셰르파에 탑재된 각각의 임무 장비를 능숙하게 소개했다.

이들은 부스에 전시된 K2 전차의 수출형 모델도 둘러보며 설명을 들었다. 잠시 뒤 들어온 정장 차림의 유럽인들도 흥미로운 듯 현대로템이 내세운 HR-셰르파를 쳐다보고 있었다.

1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노르빌뺑드 전시관에서 유럽 최대 방산전시회인 유로사토리 2026이 개막했다. /김지환 기자

현장 참석자 상당수는 방산 기업 부스에서 무인체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론 전쟁'으로 통하며 각 업체가 지상과 항공 무인체계에 인공지능 방공망까지 선보이면서 생긴 변화다. 결국 유럽 재무장 계획의 핵심은 '무인화'로 귀결되는 셈이다.

◆유럽 방산의 핵심 키워드는 '무인화'

무인 체계는 지난 2024년 전시회 당시 전차와 장갑차 등 재래식 무기 옆에 전시됐었다. 그러나 올해는 부스 전면에 대거 배치됐다. 한층 높아진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국내 방산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 방산 기업 간 기술 주도권 다툼이 무인화에서 가열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1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노르빌뺑드 전시관 KNDS 부스에 무인차량 센투리오가 전시돼 있다. /김지환 기자

독일·프랑스의 합작사 KNDS의 야외 부스 한가운데에 전시된 건 중형 다목적 전술 차량 센투리오(CENTURIO)와 테미스(THEMIS)였다. KNDS의 무인 차량을 대표하는 것들이다.

전시된 차량에는 기관포가 탑재돼 있었는데, 원하는 장비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KNDS 관계자는 "테미스의 경우 크레인 등을 이용하면 10분 만에 임무 장비를 교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두 모델은 KNDS 유·무인 복합 체계의 핵심으로, 실전 경험이 담겼다"고 덧붙였다. KNDS는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한 차세대 전차 CAPINT와 함께 활용될 전망이다.

무인 지상 포탑도 대거 등장했다. 군함에 탑재하던 근접 방어 무기 체계(CIWS)를 지상형으로 바꾼 KNDS의 래피드파이어(Rapidfire) 랜드가 대표적이다.

전시된 제품은 지상에 고정한 뒤 원격으로 운용하는 형태였다. 발전소 등 주요 거점 인프라를 드론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무기다.

제너럴 다이내믹스 유러피언 랜드시스템즈(GDELS)도 무인 차량에 무인 포탑을 얹은 궤도형 전투 로봇 울프 G1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무인기 지휘 차량과 연동돼 자사 차륜형 장갑차와 함께 움직이는 개념으로, 방공과 공격이 동시에 가능하다.

15일(현지시각) 유로사토리 2026이 개막한 프랑스 파리 노르빌뺑드 전시관에 마련된 밀렘 로보틱스 전시관에 대형 무인차량 하복이 전시돼 있다. /김지환 기자

에스토니아 기업 밀렘로보틱스는 최신 대형 무인 전투 차량 하복(HAVOC)을 선보였다. 실물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차량은 사람 조종사 없이 원격으로 조종하도록 설계됐다. 최대 시속 110㎞의 속도를 낼 수 있다. 기관포뿐만 아니라 미사일 발사대, 드론도 통합돼 있어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밀렘 관계자는 "사람보다 먼저 배치되는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대공망‧드론 강조한 우크라… 유럽 진출 UAE

이번 유로사토리의 특징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업체들의 대거 출전이다. 지난 2024년 5개였는데, 올해 80여개로 늘어났다.

15일(현지시각) 유로사토리 2026이 개막한 프랑스 파리 노르빌뺑드 전시관에 마련된 파이어포인트 부스 모습. /김지환 기자
15일(현지시각) 유로사토리 2026이 개막한 프랑스 파리 노르빌뺑드 전시관에 마련된 파이어포인트 부스 모습. /김지환 기자

이날 전시회에서 주목을 받은 건 처음 유로사토리를 찾은 '파이어포인트(Firepoint)'사다. 한가운데 전시된 분홍색 장거리 순항미사일 FP-5 플라밍고가 이 회사의 대표 모델이다. 부스에 스크린을 띄워 러시아를 자사 제품들로 타격하는 장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방산 기업 스펫츠테크노엑스포트는 공대공 미사일을 지상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개조한 방공 시스템 '드래곤'을 선보였다. 지상 발사대에 공대공 미사일을 통합해 자동으로 발사되는 형태다.

우크라이나가 선보인 무기 상당수는 자국 전장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기준 무기를 어떤 형태로든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스타트업인 우크라모 테크는 수백만원 수준의 자폭 드론을 다수 전시했다.

15일(현지시각) 유로사토리 2026이 개막한 프랑스 파리 노르빌뺑드 전시관에 마련된 우크라모 테크의 부스 모습. /김지환 기자
15일(현지시각) 유로사토리 2026이 개막한 프랑스 파리 노르빌뺑드 전시관에 마련된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방산기업 EDGE 부스의 모습. /김지환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방산 기업 EDGE도 2회 연속 유로사토리를 찾았다. 이 회사는 올해 EDGE 유럽을 설립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밀렘 로보틱스 등의 지분 확보를 넘어 유럽에 둥지를 튼 셈이다.

이 회사는 또 프랑스 항공 기업 사프란과 차세대 미사일과 무기 개발을 위해 조인트 벤처도 설립했다. UAE는 한국 방산 업체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EDGE가 공개한 건 정밀 타격용 자폭 무인기 셰도우 25와 수직 이착륙 무인기 팬텀호크였다.

◆韓 방산도 무인로봇 공개하며 경쟁 나서

현대로템(064350)현대위아(011210)와 함께 현대차그룹 부스를 꾸렸다. 현대로템이 공개한 건 무인 차량에 별도의 임무 장비를 얹은 라인업이다. 각종 레이더와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신궁', 중거리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을 통합한 형태의 무인 차량을 전시했다.

이 외에도 현대로템은 무인 포탑형 대드론 다층 방어 체계를 선보였는데, 최대 4㎞부터 20m까지 단계별로 적의 미사일과 드론을 방어하는 형태다.

15일(현지시각) 유로사토리 2026이 개막한 프랑스 파리 노르빌뺑드 전시관에 마련된 현대로템 부스의 모습. /김지환 기자
15일(현지시각) 유로사토리 2026이 개막한 프랑스 파리 노르빌뺑드 전시관에 마련된 현대로템 부스의 모습. 루마니아 군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지환 기자

현대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부스를 차리고 다족 보행 로봇 스팟을 전시했다. 스팟은 전시 기간 로봇 팔을 이용해 문을 여는 모습을 선보였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관계자는 "미군 등 여러 국가에서 정찰 등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를 홍보하는 목적으로 참가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도 무인 차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호주 레드백 장갑차의 성능 개량 버전이자 한화가 차세대 장갑차로 내세우는 K-NIFV를 중심으로 H-UGV, UCL-L 등 무인 차량을 함께 운용하는 개념을 소개했다.

H-UGV, UCL-L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함께 개발하고 있는 무인 차량이다. 대드론 방어 시스템이자 지대공 복합 무기 체계인 H-쇼라드, H-실드도 전시했다.

15일(현지시각) 유로사토리 2026이 개막한 프랑스 파리 노르빌뺑드 전시관에 마련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스의 모습. /김지환 기자

풍산(103140)은 유럽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155㎜ 고폭탄 외에도 임무 장비를 바꿀 수 있는 다목적 드론 등을 전시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유럽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줄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사용 가능한 무기 체계에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한국 방산도 무인화 기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