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을 생산·공급하는 발전 공기업 5개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를 하나로 합치는 게 효율적이라는 정부의 용역 진단 결과가 나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8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가진 '에너지 전환기 전력공기업의 새로운 역할 연구' 중간보고회에서 용역을 수행한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보고서 분석 내용을 공개했다. 기후부는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취합한 뒤 다음달까지 발전공기업 기능 재편과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삼일회계법인은 발전 공기업의 ▲완전 통합 법인 ▲권역주도 독립 경쟁 ▲통합 지주사 설립 ▲전원별 분사 ▲관리 지주회사 산하 전원별 전문회사 설립 등을 구조 개편안 후보군으로 두고 연구를 수행해 왔다. 그 결과 완전 통합 법인으로 5개사를 합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발전 5사의 구조 개편 움직임은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기후부 업무 보고에서 현 체제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 이후 빠른 속도로 진행돼 왔다. 전력 시장에서는 지금껏 동일한 성격의 화력 자산을 운용하면서도 5개사가 각각 독립 법인과 본사를 유지하다 보니 불필요하게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운영이 방만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예로 발전사들은 각각 4명의 상임이사를 두고 있는데, 임원 1명이 관리하는 직원의 수는 약 7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한전(3300명)이나 한국수력원자력(2134명) 등 다른 전력 공기업에 비해 훨씬 적은 규모다. 연구·개발(R&D)도 '깜깜이' 방식으로 이뤄져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보고회에서 삼일회계법인은 완전 통합 법인이 대규모 전환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구조적 효율성을 가장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수조 원의 자본이 필요한 해상 풍력 등 대형 신재생 프로젝트 등을 5사가 쪼개진 상태에서 각각 감당하기는 불가능하지만, 하나의 통합 법인으로 뭉치면 압도적인 자본 동원력을 기반으로 전략적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비 운영과 정비 스케줄을 통합해 최적화하고, 발전용 유연탄과 자재를 공동 구매해 장기적인 경영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것도 완전 통합 법인 출범의 장점으로 꼽혔다.
또 법인이 분리된 상태에서는 회사 간 인력 교류가 막혀 있지만, 완전 통합이 시행되면 단일 법인 내에서 유연한 직무 전환과 인력 재배치가 가능해 지역별 고용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제시됐다.
다만 삼일회계법인은 단일 거대 공기업이 출범하면 조직 대형화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방만 경영, 내부 통제 약화 등을 대비해 별도의 관리, 감독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2013년 원전 비리 이후 독립적 관리·감독 기능을 하는 원전관리감독과를 신설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전력 생산 시장에서 통합 법인이 독점 지위를 가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삼일회계법인은 현재 여러 민간 발전사와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진입한 상태라 '공공과 민간의 혼합 경쟁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롭게 출범할 거대 통합 발전사의 조직은 화력본부와 전환본부로 분리해 운영하는 게 이해충돌 방지에 효과적일 것으로 봤다. 최상위 전략 부서로 '에너지전환', '품질안전' 본부를 격상·배치해 미래 사업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삼일회계법인은 발전 5사가 태안, 보령, 울산, 부산, 진주 등에 위치한 각 본사의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지역 균형·고용 안정·조직 연속성 확보 차원에서 가급적 여러 곳의 거점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발전 5사가 합쳐지더라도 발전소, 건물, 토지가 현재 위치에 존속해 각 지역에 미치는 세수 감소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의 본사 이동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최대 약 25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다만 고용·소비·협력업체·상징성 등 간접 효과는 추산 목록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