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가 경북 영덕군, 국내 최초의 소형모듈원자로(SMR)는 부산 기장군에 각각 지어진다. 대형 원전 유치를 놓고 영덕군과 경북 울산 울주군이, SMR 유치를 위해 기장군과 경북 경주시가 치열하게 경합해 왔다. 과거 원전은 대표적인 기피 시설이었지만, 최근에는 대규모 자본과 인구가 유입된다는 이유로 각 지자체들이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17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신규 원전 건설 부지선정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원회)는 이날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을 위한 회의를 열고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 부지는 경북 영덕군,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 부지는 부산 기장군으로 결정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1호기(오른쪽) 모습. / 뉴스1

평가위원회가 이날 부지 평가에서 영덕군은 91.01점, 울산 울주군은 82.63점을 받았다. SMR 신청 지역인 부산 기장군은 87.11점, 경북 경주시는 84.56점을 획득했다. 평가위원회는 "신청 노형 별로 우선순위를 결정, 1순위 지역을 후보 부지로 선정했다"고 밢했다.

신규 원전은 2025년 11월 마련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라 건설된다. 제11차 전기본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 총 15년간 중장기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원전, 재생에너지 등 전력 설비 공급 로드맵을 구축하는 계획이다. 11차 전기본에는 1.4기가와트(GW)급 대형 원전 2기, 0.7GW급 SMR 1기 건설 계획이 담겨 있다. 대형 원전 준공 예정 시기는 2037년과 2038년이다. SMR 준공 예정 시기는 2035년이다.

◇ 주민수용성·부지 적정성이 당락 갈라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은 부지 적정성,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에 각각 25점씩 배정해 100점 만점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이번 부지 선정은 부지 적정성과 주민 수용성이 갈랐다.

영덕군은 주민수용성 중 주민 여론조사(5Km 이내/밖), 부지 적정성·환경성 분야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2년 천지 원전 1·2호기 부지로 공식 지정됐었던 부지를 제시한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원전 추진 과정에서 지질조사와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기다 영덕군은 울주군이 제시한 면적(26만1000㎡)의 10배가 넘는 부지를 제안했다. 대형 원전 2기 건설에 필요한 부지 면적 104만1000㎡도 훌쩍 넘어선다.

영덕 주민들이 원전 유치에 적극 찬성한 점도 부지로 선정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영덕군에 따르면 지난 1월 군민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원전 유치 찬성 비중은 86%로 나타났다. 반면 울주군의 원전 유치 찬성 비율은 65.9%에 그쳤다.

기장군은 주민수용성 중 주민 여론조사(5Km 이내/밖), 부지 적정성 분야 등에서 경쟁 지역 대비 우수한 평가를 받아 후보 부지로 선정됐다. 25점이 할당된 주민 수용성은 주민 여론, 지역 균형발전, 지자체 지원 외에 지방 의회의 동의 여부를 살핀다. 기장군 의회 소속 의원들은 전원 참석한 상황에서 SMR 유치에 전원 참석했다. 반면 경주시 의회 소속 의원 중 한 명은 SMR 유치에 반대했고 그가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찬반 투표가 이뤄졌다.

기장군 관계자는 "출석 대비 찬성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며 "기장군의회 의원은 전원 참석해 전원 찬성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듯하다"고 말했다.

기장군에는 이미 고리 2·3·4호기와 신고리 1·2호기가 가동 중이다. SMR 신규 부지 역시 고리 원자력발전 본부 내 한수원이 소유하고 있다. 추가 토지 매입이나 주민들의 이주가 필요 없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부지가 바다에 접하고 있어 SMR 냉각에도 유리하다.

◇ 부지 선정 되면 1000억원 이상, 원전 가동되면 발전량 연동 세수 추가

영덕군과 기장군이 과거 기피 시설로 여겨지던 원전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재정 확보와 인구 유입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 건설 부지로 확정된 이후부터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지방세법의 '지역자원 시설세'에 따라 막대한 자금이 지자체로 들어온다.

우선 원전 유치가 확정되면 원전 주변 지역 발전과 상생을 위해 1000억원이 넘는 '특별 지원금'이 일회성으로 지급된다. 특별 지원금은 원전 건설비의 1.5%에 자율 유치에 따른 가산금(건설비의 0.5%)이 더해져 총 건설비의 2%를 받는 구조다.

그래픽=정서희

울주군은 새울 3·4호기 건설 부지로 확정된 2014년 특별지원금으로 1182억원을 받았다. 울주군은 이 재원을 바탕으로 울주군 서생면 일대에 에너지융합산업 단지를 조성하고 울주해양레포츠센터를 건립했다. 경북 울진군 역시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3·4호기 부지 확정 이후 2304억원의 특별지원금을 수령했다. 물가 인상에 따른 건설비 증가를 감안하면 영덕군이 받을 특별지원금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SMR의 특별지원금 규모만 약 12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원전 발전량에 따라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전을 유치한 지자체는 킬로와트시당(kWh) 0.25원의 '기본 지원금'을 착공 이후부터 매년 받는다. 같은 법률에 따라 한수원도 kWh당 0.25원을 '사업자 지원사업비'라는 명목으로 지자체에 착공 시부터 매년 지급한다.

한수원에 따르면 울진군은 신한울 3·4호기 착공부터 해당 원전을 운영하는 60년을 합쳐 기본 지원금만 총 3511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하는 9년 동안 458억원, 운영하는 60년간 받을 3053억원을 합한 금액이다. 사업자 지원사업비로 받을 금액은 기본 지원금과 산정 방식이 같아 3511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SMR을 유치한 기장군도 두둑한 지원금을 받을 예정이다. SMR 설계수명을 80년, 이용률은 80%로 놓고 봤을 때 0.7GW급 SMR 1기를 유치하면 기본 지원금과 사업자 지원사업비로 매년 각각 약 12억원, 건설 기간 5년을 포함한 85년 동안 약 1020억원을 거둬들일 수 있다.

건설 기간이 대형 원전은 약 9년, SMR이 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건설 인력 유입에 따른 지역 경기 부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원전 건설 이후에는 원전을 운영할 한수원 직원과 협력업체 기술자 등 정주 인구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기간 중 누적 고용 창출 규모는 약 7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수원 인원만 73만명에 달하며 설계 인력 47만명, 기기제작 73만명, 시공 82만명, 기타 용역 4만명 등을 합한 수치다. 울주군 관계자는 "원전 2기만 들어서도 한수원 소속의 상주 인력이 500명 정도 유입된다"며 "협력사 직원 등도 유입돼 인근 상권도 활성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