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 중국선박공업집단(CSSC) 산하 후둥중화조선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27만1000㎥(LNG 적재 용량)급 QC-Max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에 착수했다. 기존 최대 규모인 26만㎥ Q-Max(카타르막스)급을 넘어서는 초대형 LNG 운반선이다. 중국이 한국 조선업계가 경쟁 우위를 갖고 있던 LNG 운반선 시장에서도 새로운 실적과 경험을 쌓으며 한국의 LNG 운반선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후둥중화조선은 최근 QC-Max급 LNG 운반선 건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길이 344m, 폭 53.6m에 27만1000㎥ 용량의 LNG를 적재할 수 있는 배다. 현재 한화오션(042660), HD현대중공업(329180) 등 한국 조선업체들이 주력으로 만드는 17만4000㎥급 LNG 운반선 대비 LNG를 약 56% 더 실어나를 수 있는 규모다.
이 배는 2020~2024년 카타르가 한국과 중국에 발주한 LNG 운반선 128척 중 일부다. 중국은 약 23%인 30척을 수주했는데, 이 가운데 CSSC가 2024년 카타르에너지로부터 QC-Max급 24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따냈다.
후둥중화조선은 첫 QC-Max급 LNG 운반선을 오는 2028년 인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조 기간을 한국 조선소와 비슷한 20개월 안팎 수준으로 단축해 납기 속도 면에서 한국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이 '세계 최초' 27만1000㎥급 LNG 운반선 건조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국내 조선사들은 카타르산 LNG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과 카타르 간 '셀프 발주와 수주'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한국 조선사들도 2000년대 초중반 카타르가 발주한 26만㎥ 규모의 Q-Max급 LNG 운반선을 건조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17만4000㎥급에 집중해 왔다. 17만4000㎥급은 독(물을 채우고 뺄 수 있게 만든 선박 건조 작업장) 한 곳에서 동시에 3~4척을 건조할 수 있는 반면, Q-Max급은 최대 두 척만 동시 건조가 가능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국이 시도하지 않는 분야에서 중국이 신생 선박 기술을 시도하고 경험을 쌓으며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조선사들이 (카타르 1차 특수) 당시 독 효율성 등 수지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QC-Max급 건조를 거절했는데, 결국 중국이 경험을 쌓고 품질을 올리는 결과가 나왔다"며 "한국 조선사들이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17만4000㎥급이 효율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점에서 LNG 운반선 시장의 대세이긴 하지만, 중국이 수주 레코드(실적)를 쌓으면서 20% 가까이 낮은 단가로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LNG 운반선 시장의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는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간 LNG 운반선 시장에선 한국 조선사들이 화물창 등 핵심 기술과 운송 안정성, 납기 신뢰도 등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됐다. 그러나 중국은 LNG 운반선 수주를 늘리며 거센 추격을 이어가고 있다. 후둥중화 측은 QC-Max LNG 운반선의 연료 소비량이 해외 경쟁사 대비 2~8% 적고 LNG 손실도 최소화하는 등 기술적 우위를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올 들어 전 세계 LNG 운반선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한국 점유율은 60%대로 낮아진 상태다. 중국 내 선두인 후둥중화의 경우, 2008년 중국의 첫 국산 LNG 운반선을 건조한 후 현재까지 62척의 LNG선을 인도했는데, 지난해에만 13척을 건조했다. 현재 LNG 운반선 수주 잔량은 92척으로, 20230년 말까지 연간 건조 능력을 20척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정해뒀다.
LNG 운반선 시장에서 중국 조선업의 높아진 위상은 국내 조선업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건조하는 LNG 운반선 중 자국 물량이 아닌 글로벌 발주 물량이 늘고 있다"며 "중국이 반복 생산을 하며 품질이 안정화되고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면 LNG 운반선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이 (QC-Max라는) 새로운 선형도 설계할 수 있고 이 물량을 많이 생산해서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증명이 되면 경쟁력이 확 올라간다는 점에서 한국 조선업에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