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047810)(KAI) 지분을 9% 넘게 확보하며 KAI의 2대 주주에 올랐다. 한화그룹은 연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지분율을 12%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KAI 지분을 6.5%까지 확대했다고 16일 공시했다. 한화시스템도 1250억원을 들여 KAI 지분을 1.53%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가 보유한 KAI 지분 1.01%까지 더하면 한화그룹의 KAI 지분은 총 9.04%가 된다. 수출입은행(26.4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분율이다.

한화에어로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연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입, 지분을 9.97%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한화그룹의 전체 KAI 지분은 12%를 넘어서게 된다.

한화그룹 본사 전경./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은 KAI 지분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지난 3월 사업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KAI 지분 매입 소식이 공개됐을 때까지만 해도 한화그룹의 KAI 지분은 한화에어로 3.4%, 한화시스템 0.58%, 한화에어로USA를 더해 총 4.99% 수준이었다. 이어 5월 4일 이를 5.09%로 늘리면서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꿨고, 5000억원을 투입해 연말까지 8%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5월에만 두 차례 더 지분 매입에 나서 총 지분율을 각각 6.17%, 7.22%까지 확대하더니, 이날 9%를 넘어선 것이다. 당초 제시했던 8%대 확보 목표를 약 한 달 만에 조기 달성한 것이다.

한화그룹이 이렇게 KAI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는 것은 우주·항공 분야 해외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우주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우주·항공 시장은 규모가 제한적이고 복수 기업의 중복 투자로 개발과 운영 경쟁력이 제한을 받고 있다"며 "한화와 KAI가 보유한 기술과 역량이 결합되면 비효율성이 제거되고 시너지가 발생해 국가 차원의 우주·항공 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자금을 끌어모으며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스페이스X는 2영업일 연속 주가가 폭등해 15일(현지시각) 기준 시가총액이 2조5200억달러(약 3803조원)에 달했다. 이번에 스페이스X가 확보한 자금은 857억달러(약 130조원) 규모다. 반면 국내 우주 산업은 민간 자본도 부족하고 정부 예산도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우주항공청 예산은 1조1201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KAI의 우주 사업 분야는 독자적 자금 조달과 선제적 시장 진입에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어 한화와 우주산업 분야에서 하나의 사업 구조로 역량을 통합해야 한다"며 "한화와 KAI가 결합하면 발사체부터 위성·지상체계·우주서비스까지 연결하는 국내 최대 우주산업 밸류체인 구축이 가능하고, 이는 국가 차원의 우주산업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