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했으나, 정부는 당분간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신 정부는 이번 주에 공개 예정인 정유사에 대한 손실 보전 기준을 담은 고시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16일 정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오는 18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의 손실 보전 기준을 담은 고시를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산업통상부는 같은 날 7차 석유 최고가격을 발표한다. 7차 석유 최고가격은 18일 고시해 19일 0시부터 적용된다. 다만, 정부 안팎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를 종료한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을 전망이다.

15일 호르무즈 해협에 떠있는 선박들. / 로이터 연합뉴스

정부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국내 기름값 안정을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지난 3월 13일부터 시행했다. 정부가 정한 석유 최고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최고 가능액이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국내 기름값에 급격하게 연동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조건으로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료,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국제유가 90달러대 진입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비춰보면 국제유가는 지난 12일 이후 80달러대로 내려왔고, 미국과 이란의 전쟁도 조만간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 기름값 안정을 위해선 전쟁 종료, 국제유가 인하 외에 수급 안정화를 중요시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시장의 기대감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기에 중요한 것은 원유 수급이 원활해지느냐"라며 "정확하게 말하면 아직 전쟁은 종료되지 않았고,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도 매설돼 있다고 하고 있으며 이란이 통제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돼야 원유 수급이 원활해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은 종전 MOU를 체결하기로 했을 뿐이다. 양측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식을 연다. MOU 체결이 이뤄진 이후 양국은 60일간 핵 문제와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 등을 담은 최종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전쟁이 종료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돼도 원유 수급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최소 4개월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의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회장은 지난 5월 "원유 수급이 전쟁 이전 수준의 80%까지 회복하려면 최소 4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완전한 공급량은 2027년 1분기 또는 2분기가 되어서야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보다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라 정유사에 지급할 손실 보전 기준을 담은 고시 제정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3개월 단위로 손실을 보전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번 주에 발표할 고시에는 손실 산정 방식, 보전 절차, 정산 시기, 증빙 자료 제출 기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에 발표될 고시에는 손실 보전 기준만 담길 것으로 보인다"며 "정유사 별로 공정 프로세스가 다르기에 정부가 관련 자료를 받은 이후에야 정산위원회가 열려야 손실 산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