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비(非)중국 완성차 업체 중 최초로 소듐 이온 배터리(나트륨 배터리 또는 소금 배터리) 상업화를 결정하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그동안 주력으로 하던 삼원계 배터리를 넘어 중국이 우세한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 강화를 진행 중인데, 소듐 이온 배터리 대응에도 나서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다. 리튬 이온 배터리 안에서 리튬은 배터리 내 전기에너지를 전달하는 '배달원' 역할을 한다. 충전할 때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방전할 때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한다. 이와 달리 소듐 이온 배터리는 리튬 대신 소듐이 배달원 역할을 한다. 또한 소듐 이온 배터리 역시 양극재를 달리해 삼원계와 LFP의 대항마인 배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16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GM은 지난 9일(현지 시각) 'GM 임파워(Empower)' 행사를 열고 미국 소듐 이온 배터리 스타트업 피크 에너지(Peak Energy)에 대한 지분 투자 및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GM은 2029년 이후 소듐 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해당 소듐 이온 배터리는 전기차용이 아닌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이른바 '소금 배터리'로 불리는 소듐 이온 배터리. / GM 홈페이지 갈무리

커트 켈티(Kurt Kelty) GM 배터리 및 지속가능성 부문 부사장은 GM 홈페이지에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데이터 센터가 미국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배터리에 대한 논의도 변화하고 있다"며 "소듐 이온 배터리가 향후 수년간 대규모 ESS의 핵심 소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켈티 부사장은 이어 "LFP는 지난 25년간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기술이 성숙해짐에 따라 그 발전 속도가 정체되기 시작했다"며 "소듐 이온 배터리는 LMR과 마찬가지로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어 기술이 성숙해짐에 따라 의미 있는 개선을 끌어낼 여지가 더 많다"고 말했다.

소듐 이온 배터리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급망 안정성 때문이다. 소듐은 소금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소금은 리튬보다 지구상에 500배 이상 풍부하다. 또한 바닷물에서 쉽게 채굴할 수 있다. 반면 삼원계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와 LFP 배터리에는 리튬이 필수다.

리튬은 공급은 한정적인데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출렁이는 경우가 많다.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지난달 12일 기준 kg당 24.14달러에 거래되는 등 올해 4월 중순 이후 20달러를 넘어 거래 중이다. 2024년에만 해도 10달러선, 2025년 4월 말부터 10월 말까지만 해도 10달러 밑에서 거래됐으나, 지난해 11월부터 치솟기 시작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데 리튬 대신 소금을 쓰면 원재료 공급 부담은 줄어들 것이고 원가 절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소듐 이온 배터리는 삼원계나 LFP 배터리보다 저온에 강하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겨울철이 되면 주행거리가 줄어든다. 온도가 내려가면 리튬 이온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소듐 이온 배터리는 영하 20°C의 혹한에서도 기존 성능의 80~90%를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겨울철 전기차 연비 저하를 보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화재 위험성 역시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리튬 이온 배터리인 삼원계와 LFP 배터리는 충격을 받거나 과열되면 배터리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수천 도까지 치솟아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소듐 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듐 이온은 리튬 이온보다 크기가 크고 무거워서 충격이 발생해도 천천히 손상 지점으로 이동해 과열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배터리 용량)가 낮아, 물리적 충격을 받아 불이 붙더라도 폭발하는 위력이 적고 확산 속도가 느리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업계는 이미 소듐 이온 배터리에 대한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다만, 상용화 관련 일정은 미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소듐 이온 배터리가 가격, 수명, 안전성이 중요한 ESS 시장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동차 보조용 납축전지를 대체할 수 있는 12볼트(V) 전지나 전기차용 일부 시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며 "최근 개발 인력을 대폭 보강했고, 샘플 생산을 통해 고객과 기술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시제품을 생산할 파일럿 라인을 준비 중"이라며 "2027년 정도에 시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소듐 이온 배터리에 대한 양산에 대해서도 검토는 하고 있다"며 "2027년에 양산 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온 관계자는 "2027년 내 시제품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ESS 사업 분야에서 LFP 배터리, 바나듐이온배터리(VIB)에 이어 소듐 이온 배터리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GM이 참여할 경우 중국 CATL 위주로 이뤄지던 소듐 이온 배터리 개발이 보편화되는 것인 만큼 한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소듐 이온 배터리 양산 유인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