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유 최고 가격제를 시행한 이후 석 달 동안 하루 평균 한 곳꼴로 주유소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 주유소들의 경영난이 극심해지면서 폐업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전국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는 총 1만296개로 집계됐다. 석유 최고 가격제 시행(3월 13일) 전날 전국 주유소 수가 1만392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3개월간 총 96곳이 줄었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에 한 곳꼴로 영업을 중단했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가 폐업으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이전에도 전국 주유소 수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석유 최고 가격제 시행 이후 감소 폭이 더 가팔라졌다. 올해 초 전국 주유소 사업장은 총 1만437개였고, 최고 가격제 시행 전까지 3개월간 45개 주유소가 운영을 중단했다. 석유 최고 가격제가 시행된 3개월과 비교하면, 주유소 폐업 속도가 2배(96개)로 빨라진 셈이다.

주유소가 문을 닫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1991년 17.8%, 2001년 11.5%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1.7%까지 떨어졌다. 주유소협회에선 최근 각 주유소 영업 이익률이 0%대로 떨어졌다고 추산한다.

특히 최근에는 자영 주유소의 운영난이 심각하다. 주변 주유소보다 리터(ℓ)당 1원만 비싸도 소비자가 이탈하는 상황에서 공급가가 더 저렴한 정유사 직영 주유소, 알뜰 주유소 등과 출형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서다. 정유사가 개별 주유소에 판매하는 공급가가 공개돼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더 높아졌다고 한다.

석유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본다고 토로하는 사업주도 많다. 12일 오전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당 2009.66원이다. 만약 이 가격에 휘발유를 팔 경우, 6차 최고가격제에 따른 휘발유 공급가 1934원, 카드 수수료 30원 등을 제하면 리터당 44.66원이 남는다. 여기에 인건비, 전기료 등 각종 운영비를 빼면 손에 남는 게 없다는 것이 주유소 업주들의 주장이다.

정유사별 주유소 지원 방안이 다른 점도 가격 경쟁을 심화하는 요소다. SK에너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기간 동안 자영 주유소가 주문한 석유 제품에 대해 리터당 30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넷째주 기준 SK에너지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평균 가격은 1927.21원으로, GS칼텍스(1929.64원), 에쓰오일(1931.62원), HD현대오일뱅크(1933.47원)보다 저렴하다.

다만 재고 소진 시차, 주유소 입지 등에 따라 소비자 판매가는 다르게 책정된다. 6월 첫째 주 기준 정유사 브랜드별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알뜰 주유소(1996.21원)가 가장 저렴했고, 이어 에쓰오일(2010.89원), HD현대오일뱅크(2011.05원), GS칼텍스(2013.61원), SK에너지(2014.44원) 순이었다.

최고 가격제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고 있으나, 정부는 아직 종료를 검토할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앞서 산업통상부는 최고 가격제 종료 조건으로 종전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려 통항이 자유로워지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지 않고 배럴당 90달러 이하로 안정된 상태를 제시한 바 있다.

오는 18일 7차 최고 가격제 관련 발표가 예정됐는데, 당분간 현행 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고 있어 안정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 유가 불안이 해소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