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년 상반기 해상풍력 입찰 심사에 들어간 가운데 도·감청에 쓰일 수 있는 외국산 해저케이블이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에너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사업자가 해저케이블 업체를 지정하지 않고도 입찰할 수 있다 보니 낙찰 이후 원하는 업체를 국적과 상관없이 선정해 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상풍력 국내 공급망을 지키겠다며 심사 기준에 안보 지표를 도입했는데, 제 역할을 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12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1일부터 상반기 해상풍력 입찰 심사를 시작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심사 일정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6월 말에 선정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풍력 발전소. / 전라남도 제공

해상풍력 경쟁 입찰 평가는 1·2차에 나뉘어 진행된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 3월 발표한 상반기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 입찰 공고를 보면, 1차와 2차에 각각 50점이 부여돼 있다.

해상풍력의 경우 1차 평가 지표는 주민수용성(4점), 산업·경제효과(22점), 거점·유지보수(8점), 사업진행도(2점), 계통수용성(8점), 안보(6점)로 구성돼 있다. 1차 평가를 통과하면 2차 평가로 입찰 가격(50점)을 본다.

문제는 입찰 신청서 제출 시 해상풍력 해저케이블을 어떤 사업자에게 맡길지 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풍력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해상풍력 입찰에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가 참여하는 공공주도형을 포함해 총 9개 프로젝트가 참여했다"며 "이 중 5개 프로젝트는 해저케이블 사업자를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해저케이블 사업자를 제시하지 않으면 1차 평가 지표 중 산업·경제효과, 거점·유지보수, 사업 진행도, 안보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1차 평가를 통과한다면 입찰 가격만을 보는 2차 평가에서 낮은 가격을 제시해,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선정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경우 해상풍력 개발사는 해저케이블 사업자를 임의로 정할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해저케이블 사업자를 정하지 않고 입찰하면 해당 부문에서 최저점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도 선정되면 해당 업체는 공급망을 원하는 대로 정해서 계약하고 시공하면 된다. 선정만 되면 중국산 해저케이블을 써도 무방하긴 하다"고 말했다.

◇ "전력망 넘어 정보망"…해상풍력 해저케이블, 바닷속 도감청 도구 될 수도

외국산 해저케이블이 문제로 떠오른 건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전력망은 내부망과 외부망으로 이뤄진다. 내부망은 해상풍력 발전기(터빈)와 발전기 사이, 발전기와 해상 변전소를 연결한다. 외부망은 해상 변전소에 모인 전력을 전력 소비지인 육지 변전소까지 끌고 오는 해저케이블이다.

이 중에서 핵심은 외부망이다. 해상풍력 외부망에는 광케이블이 들어간다. 해상 변전소와 통신을 해야 하고, 케이블에 문제가 생겼을 때 미리 파악해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프랑스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ASN)의 해저케이블./ ASN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광케이블이 도·감청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광케이블은 정보를 빛으로 보내는데 광케이블을 미세하게 구부리면 빛이 밖으로 새어 나온다. 만약 해저케이블 제조 단계 또는 해저케이블 설치 이후에 빛을 몰래 훔쳐볼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면 영해를 지나는 군사 기밀과 국가 데이터가 유출된다.

이는 광케이블 속의 빛이 미세한 진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잠수함이나 군함이 해저케이블 주변을 지나가면서 발생하는 진동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진동 데이터를 분석하면 한국군(軍) 잠수함의 이동 경로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고 한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해저케이블은 단순히 전력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넘어 각종 데이터를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며 "외국산 해저케이블을 쓰는 것은 우리 돈을 들여 외국산 CCTV와 도청기를 설치해 주고, 우리 군의 움직임과 에너지 통제권을 통째로 넘겨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해저케이블 도·감청의 가장 무서운 점은 컴퓨터 해킹과 달리 흔적이 전혀 남지 않아, 해킹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영원히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 2025년 '전원 탈락' 후 첫 안보 지표 시험대, 중국산 해저케이블 막아낼까

해저케이블이 국내 공급망은 물론 국가 안보와 직결돼 있음에도, 해상풍력 프로젝트로 선정만 되면 중국을 비롯한 외국산 해저케이블을 쓸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기에 풍력 업계에선 이번 입찰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해상풍력 입찰은 정부가 도입한 안보 지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5년부터 해상풍력 입찰 심사에 안보 지표를 추가했다. 2023년 진행한 해상풍력 입찰에서 중국산 터빈을 사용하겠다고 한 프로젝트가 선정되면서 풍력 업계에 공급망 우려가 커진 여파다.

이후 정부는 2024년 안보 지표를 제도화해 2025년부터 적용했다. 하지만 2025년 상반기에 진행한 해상풍력 입찰에선 선정된 프로젝트가 한 곳도 없어, 안보 지표가 작동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기후부 관계자는 "과거 일부 프로젝트에서 중국산 이슈가 생겼기에 안보 점수를 강화했다"며 "산업·경제 효과도 국내 공급망 활성화와 연관돼 있다. 입찰 심사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