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조감도(왼쪽)과 한화오션의 KDDX 함정 모형./각사 제공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한화오션이 선정됐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점수 차는 0.5867점으로, HD현대중공업에 적용된 1.2점의 '추가 보안 감점'이 승부를 가른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 제안서평가위원회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제출한 제안서를 평가한 결과 한화오션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이날 오후 양사에 결과를 통보했다. 한화오션은 방사청과 세부 협상을 거쳐 KDDX 상세 설계와 선도함(1번함) 건조를 맡게 된다.

KDDX는 6000t급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약 7조8000억원 규모 사업이다. 선체와 전투 체계, 대형 통합 마스트 등 주요 구성품을 국내 기술로 개발하며, 국내 함정 사업 중 처음으로 통합 전기식 추진 체계를 적용한다.

KDDX 개념 설계는 201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기본 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수행했다. 당초 2023년 말 기본 설계 완료 후 2024년부터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업이 2년가량 지연됐다. 지난달 마감된 1차 입찰은 한화오션 단독 응찰로 유찰됐고, HD현대중공업은 재공고된 2차 입찰에 참여하며 수주 경쟁을 이어갔다.

승부를 가른 변수로는 HD현대중공업에 적용된 1.2점의 보안 감점이 꼽힌다. HD현대중공업 임직원 9명은 2013년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 설계도 등 해군 기밀 자료를 불법 취득·공유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로 8명이 2022년, 1명이 2023년 12월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방사청은 당초 두 판결을 하나의 사건으로 보고 1.8점의 감점을 부과했으나, 내부 법리 검토를 거쳐 별개 사안으로 판단을 바꿔 마지막 1명의 유죄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올해 12월까지 1.2점의 감점을 추가 적용했다. HD현대중공업은 감점 연장이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며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 5일 이를 기각했다.

방산업계에서는 감점이 없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이 본안 소송 등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는 사업자는 어떤 부품과 기자재를 적용할지 결정하는 주도권을 갖는다. 후속함 건조는 두 회사가 나눠 맡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도함 건조 실적은 향후 해외 함정 수주 경쟁에서도 핵심 이력으로 활용될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화오션 측은 "제안서 평가에서 첨단 함정 기술력과 사업 수행 역량을 바탕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며 "핵심 국산화 개발 장비 9종이 탑재되는 국산 구축함인 만큼 완벽한 체계 통합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품질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기술 점수에서 크게 앞섰음에도 선정되지 못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향후 평가 결과 설명 절차인 디브리핑을 신청해 세부 내용과 근거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