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KG그룹 내 상장 계열사 6곳이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을 공시했습니다. 이날 언론에 일제히 보도된 '향후 5년간 회사 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내용은 현재 검토 중이며, 구체적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실 이는 불과 몇 시간 전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기자 120여명 앞에서 직접 선언한 내용입니다. 그룹 총수의 발표에 대해 당일 미확정 공시가 나오는 것은 재계에서 굉장히 드문 사례입니다.
알고 보니 사정이 있었습니다. 당초 KG그룹은 각 상장 계열사가 '선제적 배당을 통해 5년간 총주주환원율을 50%로 확대한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준비했습니다. 이에 대해 기자간담회 전 한국거래소와도 사전에 소통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곽 회장은 "향후 5년간 회사 순이익의 50%를 주주 환원하겠다. 그 5년 이후 더 할 수도 있지만, 이것까지는 제가 이 자리에서 약속드린다"며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이는 계열사 경영진들도 공유받지 못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주주환원율이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합한 뒤 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이를 50%로 책정하면 결국 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과 비슷한 규모가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향후 5년간'이라는 대목이었습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50%인지, 5년 누적 평균인지 애매하다"며 "곽 회장의 의도는 매년 50%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굉장히 파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일부 계열사의 상황을 보면 5년 뒤 50%로 수렴해 나가겠다는 의미였어야 했는데, 매년 50%로 나오면서 미확정 공시가 대거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한 계열사의 경우 내년부터 당장 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죠.
KG그룹 계열사 중에선 업계 1위를 달리며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내는 곳도 있지만, 이제 막 손익분기점을 지난 곳도 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1.3%를 기록한 KG모빌리티(003620)가 대표적입니다.
매년 순이익의 50%를 어떻게 주주에게 환원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점도 논란이 됐습니다. 배당을 하겠다는 것인지 자사주를 활용하겠다는 것인지 주주들이 궁금해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자간담회 당일 한국거래소가 급히 KG그룹 측에 공시 의무를 상기시켰고, KG그룹은 부랴부랴 미확정 공시를 내게 됐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다소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주주 환원을 강화한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전 행보와 방향성이 일관되지 않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주주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KG모빌리티는 현재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준비 중입니다. 전환사채를 발행하면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주식 수가 늘어나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곽 회장은 "시장 저평가를 방지하고, 어필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물론 좋은 시도이고 주주가 기뻐할 일입니다. 다만 보다 철저한 준비와 함께 이러한 계획을 밝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소 늦었지만, KG그룹 각 계열사는 곽 회장의 통 큰 선언에 맞춰 주주 환원을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분주히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프닝이 있었지만 중요한 건 결과입니다. 그룹 총수가 천명한 순이익 50% 주주 환원이 잘 진행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