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2위 현대제철 노동조합이 올해 성과급을 지난해보다 150%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파업권 확보 수순에 들어갔다. 업계 1위 포스코는 협력사 직원 약 7000명 직고용에 따른 복지·성과급 영향이 교섭 변수로 떠올랐다.
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낸다. 노사는 지난달 8일부터 이달 9일까지 7차례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중노위 조정 과정에서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노조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제철 노조의 핵심 요구는 성과급 인상이다. 노조는 올해 성과급을 지난해보다 150%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제철 성과급은 기본급 300%와 일시금 500만원 등을 포함해 1600만원 안팎이었다. 노조가 요구안에 성과급 인상 비율을 못 박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 기본급 14만원 인상, 직무 호봉 금액 인상, 차량 구입비 등 복지 제도 개선이 요구안에 담겼다.
협상은 사측이 구체적인 제시안을 내지 않으면서 결렬됐다. 사측은 대내외 경영 환경과 실적 여건을 고려해 노조 요구안을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 측은 "사측이 실질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아 더 이상의 교섭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사측의 태도에 따라 투쟁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대제철 사측이 한 달 넘게 제시안을 내지 않은 것은 본업인 철강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등 경영 여건이 나빠져서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15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지만, 별도 기준으로는 7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164억원 커졌다.
이는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오르며 원가 부담이 커졌는데, 이를 제품 가격에 올려 받지 못한 결과다.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건설로 1분기 미국 법인에 7074억원을 추가 출자하면서 부채총계는 15조19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1% 늘었다.
반면 노조는 지난해 실적 개선분을 성과급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2조7332억원으로 전년보다 2.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192억원으로 37.4% 늘었다. 노조는 인력이 감소한 와중에 이익이 늘어난 만큼 1인당 생산성 개선분을 보상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도 12일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열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다. 포스코노조는 지난달 20일 기본급 7.1% 인상과 임금의 600%에 해당하는 일시금, 복지·대부 제도 개선 등을 담은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을 요구하지는 않았으나, 협력사 직원 직고용에 따른 영향이 교섭 테이블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조는 앞서 회사의 직고용 결정에 반발해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행정지도 처분으로 쟁의권 확보가 불발됐고, 지난달 말 쟁의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포스코는 현재 협력사 직원들을 순차적으로 직고용하고 있다. 직고용 대상자의 주 업무는 수처리 설비 운영 등 간접 생산 지원이다. 회사는 이들을 직접 생산을 담당하는 기존 기술직군과 별개 임금 체계인 '조업시너지직군(S직군)'으로 편입할 예정이다. 노조는 직고용 인원 7000여명이 2년 내 대규모로 편입되면 기존 직원들의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규 인력의 사내근로복지기금과 주거 대출 제도 이용이 급증하면 기금 출연 부담이 커져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영업이익률에 연동되는 성과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국내 철강업계는 건설 등 전방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 탄소중립 비용 부담 등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707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3% 늘었지만, 철강 부문 영업이익은 3450억원으로 23.8% 줄었다. 업계에서는 대외 변수에 더해 임단협 갈등까지 장기화할 경우 철강사들의 수익성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관세 등 대외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과 노조가 충분히 소통하며 합의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