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환율·고금리로 인해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오는 7~8월 성수기 예약률은 오히려 전년 대비 상승하거나 적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겉보기엔 항공 수요가 살아난 것 같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전체 공급석이 줄어든 데다 선제적 프로모션으로 최대한 수요를 끌어모으면서 나타난 착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2분기부터 LCC들은 대규모 적자를 예고하고 있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 A사의 오는 7~8월 일본 노선 예약률은 지난 9일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예약률이란 해당 기간 공급된 좌석 중 이미 판매된 좌석의 비율을 뜻한다. LCC B사 관계자는 "일본은 물론 동남아, 중화권 노선도 이번 여름 성수기 예약률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고, LCC C사 관계자도 "전반적인 예약률의 변동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이상을 유지하며 고환율을 보이고 있는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 시세가 표시돼 있다. /뉴스1

이는 최근 고유가·고환율·고금리로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와 정반대 흐름이다. 실제 국내 여행사 모두투어는 5월 전체 송출객 수가 6만9832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2% 급감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환율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 여행 선호 추세가 나타나면서다. 이에 항공업계는 "지금까지는 이란 전쟁 전 발생한 예약으로 버텼지만, 성수기부터는 전쟁 여파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그럼에도 LCC의 성수기 예약률이 전년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고육지책이 만들어낸 착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요인은 예약률의 모수인 공급이 줄어든 것이다. LCC들은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 감편 및 비운항 조치를 실시 중이다. 진에어(272450)는 7월 동남아, 괌 등 19개 노선에 대해 왕복 123편을 감편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5~7월 3개월간 왕복 약 250편이 줄어든다.

LCC 관계자는 "기존에 주 2~3회 오가던 노선을 1회로 줄이는 등 항공편을 많이 줄였다"며 "이렇게 되면 기존과 수요가 같기만 해도 예약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CC들의 프로모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주항공(089590)은 인천~고베 노선 신규 취항을 기념해 항공 운임을 최저 1000원으로 책정했고, 인천발 후쿠오카 노선 운임도 3000원까지 낮췄다. 이렇게 되면 유류할증료와 세금 등을 포함해도 10만원대 초반으로 왕복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트리니티항공(091810)은 이날 일찌감치 동계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오는 9월 1일부터 내년 3월 27일까지 해외 노선에 대해 최대 17% 할인과 최대 4만원 추가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LCC 업계 한 관계자는 "예약률에 비례해 프로모션이 진행되다 보니, 예약률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바로 특가 항공권이 풀리는 구조"라며 "수요가 불안정하고 (예약률 상승 속도가) 더뎌 노선 담당자들이 저렴하게 미리 팔아 예약률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예약률이 올라간다 해도 LCC 업계의 손실을 줄이긴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CC 중 상장돼 있는 제주항공(-593억원)과 트리니티항공(-1510억원), 진에어(-733억원)는 이번 2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CC 관계자는 "급등하던 유류할증료가 조금씩 진정되고 있지만, 고금리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LCC들이 버티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