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 벌크선 선대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컨테이너선 운임이 회복세를 보이며 수익성 회복 가능성이 커진 상황임에도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과 건화물선 확보를 이어가는 것이다.
HMM은 최근 컨테이너선 확충 계획을 유예한 것으로도 알려졌는데, 구조적 문제인 컨테이너선 선복량 과잉이 해결되지 않아 장기적인 시황 전망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최근 중국 헝리(Hengli) 조선소에 30만6000DWT(재화중량톤)급 원유운반선 4척을 발주했다. 1척당 1억2500만달러로 모두 5억달러(약 7710억원) 규모다.
HMM은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벌크선 선대를 늘리고 있다. 당장 VLCC만 해도 지난해 HD현대중공업에 2척을 발주한 상태다. 2029년 선박 인도가 마무리되면 VLCC 선대는 20척이 된다.
건화물(dry bulk)선 역시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중고 벌크선 매입을 지속해 오면서 17척이던 건화물선이 올해 1분기 23척으로 늘었다.
다목적선 역시 7척에서 11척으로 늘었고, 액화천연가스(LPG) 운반선도 3척 추가됐다. 또 2023년 발주한 자동차운반선(PCTC)에 대한 인도도 이뤄지면서 해당 선대(3척)도 갖추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HMM은 10척의 컨테이너선 신조 도입 계획을 유예하고 벌크선 선대 확장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할 재원을 수에즈막스급 및 중형급 탱커선과 액체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HMM의 올해 1분기 기준 선대 구성은 컨테이너선이 전체의 62%(95척)를 차지한다. 유조선과 건화물선, 다목적선, LPG선 등 벌크선이 36%(56척), 자동차운반선이 2%(3척) 등이다. 지난해 1분기 비(非) 컨테이너선이 44척으로 전체 선대에서 34%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약 4%포인트 증가했다.
이런 움직임이 주목받는 것은 최근 컨테이너선의 해상 운임이 오름세이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726.48을 기록하며 직전 주 대비 6% 올랐다. SCFI는 지난 2월 1251.46을 기록한 이후 지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SCFI가 2700선을 넘은 것도 2024년 9월 이후 약 1년 9개월 만이다.
해상 운임은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물동량 수요의 선반영과 중동 운임 및 유가 등의 영향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럼에도 HMM이 컨테이너선 비중을 축소하는 것은 장기적인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견조한 벌크선에 힘을 쏟기로 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HMM의 컨테이너선 부문 매출액은 2조2712억원으로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1852억원으로 69%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컨테이너선 시황에 실적이 받는 영향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벌크 부문의 영업이익은 135% 증가했으나, 컨테이너 부문의 영업이익이 68% 감소하면서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 줄어든 2691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해운시장 분석기관 드류리는 구조적인 공급 과잉으로 올해 원양 컨테이너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4%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사 전문지 트레이드윈즈는 "HMM은 수요 증가세가 약한 상황에서의 신규 컨테이너선 인도는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벌크선으로 전략 화물에 대한 장기 계약을 확보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HMM은 2030년까지 벌크선 선대를 110척으로 늘리고 해당 부문 매출 비율을 22%로 높일 계획이다. 다양한 정기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면서 벌크선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는 국내선 HMM이 유일하지만, 벌크선 사업을 영위하는 팬오션(028670)과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을 모두 운영하는 장금상선그룹 등도 벌크선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HMM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력인 컨테이너 부문 외에도 벌크 부문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수익성 확보를 위한 선대 경쟁력 강화를 진행 중"이라면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벌크 부문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