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빚으며 지상 방위산업 전시회를 따로 개최하던 육군협회와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코리아) 조직위원회가 전시회를 합쳐서 개최하기로 했지만, 국방부가 정부 주도 전시회를 새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정부 주도의 전시회를 선호하는 데다, 두 단체의 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두 단체의 진정성 여부 등을 파악한다는 계획인데, 전시회까지 몇 달 남지 않은 만큼 빠른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산업통상부와 지난 4일 개최한 제12회 방위산업발전협의회에서 제3의 전시회 개최 방안을 확정했다.
이 전시회는 기존의 다른 전시회들처럼 국방부가 해외 군 인사 초청 등을 지원하고 방산업체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가 기획·주최하는 구조다.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방부는 연내 개최를 목표하고 있다. 장소는 경기 고양 킨텍스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이 같은 선택을 한 건 지난 10여년간 지상 방산 전시회를 주최했던 육군협회와 DX 코리아 간 갈등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지상 방산 전시회는 2022년까지 육군협회와 DX 코리아 조직위의 공동 주최로 열려왔다. 하지만 운영권 등을 두고 두 단체가 갈등을 빚으면서 갈라섰고, 2024년 육군협회는 'KADEX'를, 조직위는 DX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전 세계에서 한국만 '한 지붕 두 전시회'를 개최한 것이다.
올해는 갈등이 더 극심해지자 국방부는 양 단체와 방진회를 지난달 26일 회의를 포함 총 세 차례 불러 중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 측은 두 단체에 "통합되지 않으면 후원 명칭 사용을 제외한 정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정부는 결국 정부가 후원하고 방진회가 주관하는 새 전시회 개최를 결정했다.
국방부의 새 전시회 개최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지난 5일 육군협회와 DX 코리아는 전시회를 통합하겠다며 돌연 입장을 선회했다. 두 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전시회 이원화로 참가 기업과 해외 참가 기관에 혼선이 있었지만, 이번 통합을 계기로 역량을 모아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며 "방진회에 공동 참여해 줄 것을 의뢰한다"고 했다. 이들은 DX 코리아 개최지인 킨텍스에서 오는 9월 16일부터 통합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 같은 발표가 국방부 및 방진회와 상의 없이 이뤄진 만큼, 새 전시회를 개최하겠다는 방침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육군협회와 DX 코리아가 전시회를 통합하기로 한 것을 알고 있지만, 방산발전협의회에서 결정된 안에는 변함이 없다"며 "방산업계 의견을 고려해 군과 업계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두 단체의 통합안에 진정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뒤 개최 필요성을 다시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간 업계에서는 정부 주도의 전시회 개최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특히 국방부의 지난 4일 결정 이후 방진회가 회원사에 새로운 전시회 개최 소식을 전했을 때 국내 업체들은 정부 주도의 일원화 방향에 공감한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 방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행사가 분산되면서 참가 비용 부담은 물론 마케팅과 영업 전략 수립에도 어려움이 컸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산 전시회의 경우 일반 전시회보다 1㎡당 부스 비용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예산이 새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체계종합 업체들의 전시회 참가비는 방산 원가로 인정받는다. 여기에 중소·중견 기업을 위한 국고보조금 지원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금이 쓰이는 행사가 그동안 특정 단체의 이익을 위한 행사로 흘렀던 것"이라며 "정부가 주도해 개최하면 방산업체들의 비용이 절감되고, 해외 군 관계자들의 분산, 방산 홍보 효율 저하 등의 문제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와 기존 주최사들 사이에서 아직 고민을 하는 기업도 있는 상황이다. 중견 방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육군협회, 군 원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조기에 방향을 확정할수록 업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