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 처음 출연해 한국 기업과 한국 사회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파산 직전의 위기를 딛고 인공지능(AI) 시대를 연 엔비디아의 성장 배경으로 '회복탄력성'과 '목표 중심의 조직 문화'를 꼽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tvN 유퀴즈에 출연하고 있다./뉴스1

황 CEO는 10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검은색 가죽 재킷 차림으로 출연해 엔비디아의 창업 비화와 경영 철학, 한국 기업인들과의 인연, AI 시대에 대한 견해 등을 밝혔다. 황 CEO가 국내외 예능 토크쇼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방송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가운데 가장 친한 사람을 묻는 질문에 "너무 쉽다"며 "나는 모두가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세 사람 모두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세계적 리더들"이라며 "세 회사는 이들을 리더로 둔 것이 매우 행운"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파트너 기업들에 대한 신뢰도 강조했다. 황 CEO는 "한국에 있을 때 나는 파트너들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며 "SK가 성공하고, 삼성과 LG, 현대차, 네이버가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도 내가 진심으로 그들의 성공을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는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고 덧붙였다.

황 CEO는 한국과 엔비디아의 인연이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6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서신을 받고 한국을 방문했으며, 당시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직접 돌아다니며 명함을 돌리고 영업을 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 기술 산업은 인터넷과 함께 시작됐고, 엔비디아도 같은 시기에 성장했다"며 "우리의 삶과 역사는 매우 가깝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가까운 곳"이라며 "한국의 훌륭한 게이머들이 없었다면 엔비디아 기술이 세계적 현상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PC방과 e스포츠 문화도 언급했다. 황 CEO는 "e스포츠는 한국에서 수출됐고, 전 세계 게이머들이 이를 사랑하게 됐다"며 "그 여정은 거의 25년 전 PC방, e스포츠와 함께 시작됐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PC방 열풍과 한국 게이머들이 엔비디아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황 CEO의 성장 과정도 소개됐다. 그는 9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뒤 식당에서 설거지와 화장실 청소를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무엇을 하든 100%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일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일을 마쳤을 때 그것은 나를 대표한다"고 했다.

엔비디아 창업 초기의 위기도 언급했다. 황 CEO는 1993년 미국의 한 식당에서 두 명의 동료와 엔비디아를 창업했지만, 초기 게임 그래픽용 반도체 사업이 순탄치 않아 한때 파산까지 3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를 두고 "직원들의 인생에 큰 책임감을 느꼈지만, 잃을 것이 없었기에 오히려 숨겨진 능력을 꺼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닥에 쓰러져 있을 때를 스스로 키울 때라고 여기고 내면의 위대함을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쿠다(CUDA) 플랫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2006년 선보인 쿠다는 초기에는 시장의 혹평을 받았지만, 개발자와 학생들이 생태계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면서 장기적으로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도 믿지 않는 사업에 매달려 지내기엔 20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지만, 결론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며 "25년의 기다림 끝에 결국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조직 문화에 대해서는 '목표가 상사다'라는 원칙을 소개했다. 직급이나 근속 연수, 사적인 관계가 아니라 회사의 목표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황 CEO는 "회사가 너무 커졌을 때 사내 정치가 판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했다"며 "모두가 같은 곳을 보고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든 나만의 통합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인재상에 대해서는 지능보다 인간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제 지능은 어디에나 있는 흔한 상품이 됐다"며 "함께할 사람을 구한다면 타인이 성공하길 바라는, 베풀 줄 아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을 위해 필요한 덕목으로는 실패를 견디는 힘을 꼽았다. 황 CEO는 "위대해지려면 고통과 실패를 겪어야 한다"며 "실패하고 다시 돌아오고, 또 실패하고 다시 돌아오는 경험이 회복탄력성과 인격을 만든다"고 말했다.

AI 시대에 대해서는 기술 장벽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는 쉽고 컴퓨터는 어렵다"며 "과거 컴퓨터는 프로그래밍을 배운 사람만 쓸 수 있었지만, 오늘날 컴퓨터는 매우 똑똑해져서 원하는 것을 말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기술 격차를 좁힐 것"이라며 "누구나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황 CEO는 방송 말미에 한국 사회와 파트너 기업들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그는 "나와 우리 회사를 따뜻하게 맞아준 한국에 감사드린다"며 "여러분이 우리 회사와 우리에게 보여준 사랑은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와 한국 파트너들, K팝과 K컬처, K뷰티 등 모든 것이 전 세계에서 훌륭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은 없다"며 "한국은 지난 10년간 믿기 어려울 만큼 큰 성과를 이뤘고, 그것을 보게 돼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