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협력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닙니다.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하고 실행력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기반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9일(현지 시각)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에 참석해 양국 정∙재계 인사들과 한일경제연대 실현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이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두 나라의 경제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의원연맹 제1회 정책세미나에서 미·중 AI 기술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성장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날 행사는 일본 유력 경제일간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주최하고 SK와 최종현학술원이 기획했다. '견고한 한일관계를 뒷받침하는 다각적 경제협력'을 주제로 양국 정∙재계 인사 3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열렸다.

닛케이포럼은 닛케이가 아시아 공동체의 공존, 발전을 모색하고자 '아시아의 미래'를 주제로 내걸며 1995년 시작한 행사다. 올해는 최 회장의 한일경제연대 구상에 뜻을 같이하며 처음 한일특별세션을 마련했다.

기조연설은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와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맡았다. 기시다 전 총리는 "미래 지향적이고 안정적인 두 나라 관계를 위해 공급망, 에너지, AI 등의 분야에서 경제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며 "양국이 함께 겪고 있는 수도권 집중, 고령화 등의 사회문제를 푸는데도 양국 협력은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시장경제,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은 세계적 격변기에 서로의 손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며 화답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영상 축사에서 "정부는 양국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한일특별세션을 계기로 양국 협력 발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최 회장은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고문(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 가토 마사히코 미즈호은행 행장과 '복잡해지는 국제 정세 속 한일의 지향점'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최 회장은 2024년 한일경제연대를 처음 제시할 때 들었던 당위성이 더욱 분명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가 구조적 저성장을 이끌고 1995년 이후 쌓아온 자유무역 질서는 관세장벽과 수출 통제로 도전받고 있으며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호르무즈해협 사태로 에너지 공급망 불안정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한일 경제연대에 대해 "한일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창출하는 '룰 메이커(Rule Maker)'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줄 것"이라며 이러한 현안들의 해법임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에너지, 인공지능(AI), 고령화 대응을 예로 들며 "두 나라가 여러 사회문제를 마주하며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가운데 한일경제연대는 성장과 저비용 구조로의 전환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에 대해서는 "에너지 산업구조가 유사한 두 나라가 구매, 도입, 비축 등 전 영역에서 협력하면 사회의 기초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며 에너지 협력의 당위성으로 '에너지는 안보'라고 말했다.

AI에 대해선 "미국, 중국의 기술 패권 속에서 한일이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며 'AI 팩토리'를 두 나라가 함께 추진해 규모를 키우고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헬스케어 영역 또한 양국 간 의료 장벽을 낮춰 서로의 헬스케어 역량을 공유해 이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성장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두 나라의 핵심 전략으로는 '반도체'와 'AI'를 꼽았다. 한국이 강점이 있는 메모리반도체, 일본이 강한 산업 생태계를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전략적 무기'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한일 협력 대상을 AI 인프라로 넓히고 이를 AI 상품화해 수출해야 한다"며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저비용 구조를 만들어가는 경제협력은 지정학적 위협을 극복하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사회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한일 협력이 규제와 표준의 차이, 단기적인 정치 상황이나 불확실성 등 외부요인에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두 나라 정부가 한일 협력 의제를 한데 모으는 '빅 텐트(Big Tent)' 형태의 상설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두 나라 정부가 기업, 학계, 청년 등 다방면의 협력 의제를 하나로 모으는 상설 플랫폼을 만들고 여기서 한일협력 추진의 어려운 점을 선제적으로 논의하자"며 "한일 경제연대로 두 나라 경제 규모가 단순 합계인 6조 달러를 넘어 1조 달러 상당의 시너지 효과까지 내면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