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들이 연료로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이 미국·이란의 전쟁으로 급등하자, 정부가 전기 요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LNG 도매 가격 정산 방식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LNG를 수입해 발전사에 판매하는 한국가스공사는 13조원이 넘는 미수금이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서울 시내의 전기계량기./뉴스1

9일 발전 업계에 따르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4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처럼 가스 가격 폭등이 전기 요금 부담이나 한국전력의 적자 규모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후부는 가스공사가 발전사에 공급하는 LNG 도매 가격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NG 도매 가격의 상한제 도입도 정부가 고심하는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 전력 시장에서는 LNG 가격에 의해 전력도매가격(SMP)이 결정된다. LNG 도매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면 SMP 역시 상한선이 생겨 전기 요금 인상 폭이 억제된다.

LNG 도매 가격 관리는 과거 SMP 상한제를 실시하며 나타났던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 LNG 가격이 폭등했을 때 정부는 SMP 상한제를 실시해 전기 요금 인상 부담을 줄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발전 원가가 거의 없는 태양광 발전 사업자나 일부 민간 발전 사업자가 과도한 수익을 가져갔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제는 LNG 도매 가격에 상한선이 생길 경우 가스공사의 미수금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스공사가 해외에서 비싼 값에 천연가스를 수입하더라도 국내 공급가에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면 가스공사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정부가 LNG 가격을 통제할 경우 국내 공급가를 수입 원가보다 낮게 팔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가스공사는 제때 받지 못한 가스 요금을 나중에 요금을 올려 받을 수 있는 자산, 즉 미수금으로 처리해둔다. 당장 장부상 적자로 표시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가스를 팔 때마다 손실을 쌓아두는 셈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가스공사가 LNG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며 발생한 '민수용 미수금'은 13조3717억원에 달한다.

가스공사가 미수금을 줄이려면 향후 국제 LNG 가격이 하락했을 때 가스 요금을 원가보다 비싸게 받아야 한다. 다만 에너지 가격 변동을 요금에 즉각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있어도 상업용·도시가스 발전용에만 적용될 뿐 민수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에너지 요금은 물가 상승에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가 요금 현실화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가스공사 인천기지에서 열린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가스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미수금은 결국 나중에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라며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연료비 연동 원칙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후부가 산하 기관인 한전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가스공사에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가스공사는 산업통상부 산하 기관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정산 방식을 바꾸되, 가스공사의 미수금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산업부와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