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운송용 조종사 자격증(ATPL) 취득 요건에 대한 개정을 추진하는데 대해 조종사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개정안에는 ATPL 취득을 위해 전문교육기관에서 별도의 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르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조종사들은 이를 두고 불필요한 비용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정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 제주항공 항공훈련센터에서 오정환(왼쪽) 제주항공 기장과 박찬국(오른쪽) 제주항공 부기장이 시뮬레이터 훈련을 하는 모습./윤예원 기자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오는 12월 2일로 예정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안전종합평가프로그램(USOAP) 심사를 앞두고 ATPL 취득 요건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ATPL은 개인 조종사 면허 (PPL), 상업용 조종사 면허(CPL)의 상위 면허증으로 민간 항공사 조종사들은 기장 승격을 위해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지금까지 ATPL은 CPL을 취득한 조종사가 민간 항공사에 입사해 실제 조종에 투입돼 비행 시간(1500시간 이상) 요건 등을 충족한 뒤 필기·구술 시험으로 취득해 왔다. 국토부는 이 과정에 전문교육기관(ATO)의 교육·시험을 포함하도록 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ATO를 통해 ATPL 관련 교육을 시행하고 있고, USOAP에서도 비행 실기 시험을 통해 조종사가 조종 능력을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만큼 ATPL 관련 제도를 규정해 국제 추세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ATO를 지정해 조종사들이 이곳에서 비행 이론은 물론 항공기 시스템·조작·공기역학 등의 교육을 받도록 하고 시험을 치르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운영 비용은 조종사 1명당 97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들은 이 같은 국토부의 방침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토부가 국내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ATPL 개정을 추진하면서 불필요한 교육과 부담만 늘리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유럽 등에서 ATPL은 프로펠러 항공기 조종사들이 대형 제트기를 운항하기 위해 취득하는 자격인데 반해, 국내 조종사들은 민간 항공사 입사 후 대형 제트기 운항 경력을 쌓아왔기에 ATO를 통한 교육을 다시 받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비용의 경우 면허를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젊은 조종사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껏 필기와 구술 시험만 통과하면 ATPL을 취득할 수 있었는데, 별도의 교육 이수 의무를 추가해 ATO의 운영 비용이 조종사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조종사들의 주장이다.

국토부는 ATPL 개정에는 관련 시행 규칙이 필요한 만큼 업계와 간담회를 거쳐 이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ATPL 취득 요건 개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달 중 조종사들과 만나 관련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