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생산과 공급을 줄이기로 하면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니켈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삼원계 배터리의 핵심 원료이기 때문이다. 반면 니켈을 싼 값에 대량으로 확보해둔 양극재 업체들은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과테말라에 있는 피닉스 니켈(Fenix ​​Nickel) 광산. / 로이터 연합뉴스

4일(현지 시각)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니켈 광산 업체에 할당한 생산량을 지난해 기준 3억7900만톤에서 올해 2억5500만~2억7000만톤 수준으로 축소했다. 또 니켈 수출업자가 외환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을 인도네시아 국내 은행에 최소 1년 간 강제 예치하도록 하는 등 생산과 공급을 제한하는 정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공급 제한 정책으로 최근 5년 만에 처음으로 니켈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니켈연구그룹(INSG)은 올해 전 세계 니켈 공급량이 전년 대비 4%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급량 감소 전망에 니켈 가격도 뛰고 있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니켈 선물 가격은 4일 기준 톤당 1만8600달러선으로 상승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감산 계획을 처음 발표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초보다 40% 넘게 급등한 수치다.

니켈 공급이 줄어들면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비용 부담은 커지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니켈 함량이 높은 삼원계 배터리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최근 배터리 3사는 니켈 함량이 80~90%인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반면 니켈 가격 상승은 에코프로비엠이나 포스코퓨처엠과 같은 양극재 업체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극재 업체들은 니켈 공급이 줄어들면 저렴하게 사뒀던 니켈로 양극재를 만들어 비싼 가격에 납품할 수 있다. '래깅 효과(lagging effect·원료 구매와 석유 제품 판매 간 시차로 발생하는 이익 변동)' 덕에 단기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니켈 가격의 상승세가 오랜 기간 지속될 경우 배터리 제조사와 양극재 업체 모두 타격을 볼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극재 업체 역시 결국에는 니켈을 비싼 값에 들여올 수 밖에 없어 래깅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삼원계 배터리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경우 완성차 업체들이 값 싼 LFP 배터리로 눈길을 돌려 제품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도 커진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는 가성비가 좋은 LFP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 삼원계에 주력하는 국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인도네시아의 니켈 공급 제한으로 한국 배터리 업계의 실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