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간과 로봇을 하나로 결합하는 인공지능(AI) 연구와 로봇공학, 데이터센터 설계 등 모든 분야에서 LG와 협업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8일 오전 11시 15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1시간 동안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황 CEO가 LG사옥에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전 10시 4분 LG트윈타워에 도착한 황 CEO는 구광모 회장, 권봉석 ㈜LG 부회장과 포옹을 나눈 뒤 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열린 총수 만찬 이후 3일 만의 재회다.
이날 회동은 1시간 동안 이어졌다. 회동에는 황 CEO와 본인의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를 비롯해 류재철 LG전자 사장, 현신균 LG CNS 사장,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황 CEO는 회동을 마친 후 로보틱스 부문 협업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로봇 공학은 전자 기술과 기계 시스템, 인공지능이 융합되는 분야"라며 "LG는 AI 연구 역량뿐 아니라 모터와 기계 시스템 기술도 보유하고 있어 휴머노이드와 미래 로보틱스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와 엔비디아는 올해 초 'CES 2026'에서 공개한 홈 로봇 'LG 클로이드(CLOiD)'를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 '아이작(Isaac)'에 접목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또 LG CNS는 산업용 로봇 플랫폼 '피지컬웍스'에 엔비디아 로보틱스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LG그룹은 로보틱스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LG전자는 자율 주행 로봇(AMR)을 기반으로 서빙·배송·가이드 등 접객 산업과 운반·적재 등 물류센터에 로봇 기술을 적용해왔다. 최근에는 휴머노이드를 활용한 홈 로봇 사업을 추진 중이다. LG이노텍은 광학 기술에 기반한 로봇의 눈 역할을 맡으며, 고성능 센싱 모듈과 광학 부품을 개발한다.
황 CEO는 데이터센터 부문을 언급하며 "현재 데이터센터가 수백 메가와트 규모라면 미래 데이터센터는 기가와트급으로 커질 것"이라며 "냉각과 전력 공급, 설계와 구축 전반에 극한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LG는 이 분야에서 환상적인 역량을 갖고 있어 미래 데이터센터 아키텍처를 함께 설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냉각수 분배 장치(CDU), 콜드플레이트, 액침 냉각 등 AI 데이터센터용 열 관리 설루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LG CNS와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의 DSX AI 팩토리 설계를 적용한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LG에너지솔루션은 800볼트(V) 직류 기반 전력 공급 시스템과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분야 협력을 논의 중이다.
구광모 회장은 황 CEO 발언 이후 "오늘 엔비디아와 미래 방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시간이 부족해 세부적인 이야기까지 나누지는 못했다. 젠슨이 캘리포니아로 초대해주겠다고 했다. 미국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LG트윈타워 출입구부터 로비, 엘리베이터 앞까지 LG 직원들이 가득 몰려 황 CEO를 맞이했다. 황 CEO는 손을 흔들고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