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오른쪽)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잠실야구장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 두산을 상징하는 조형물인 두산일두를 기념품으로 전달하고 있다. /두산그룹 제공

두산그룹은 엔비디아와 피지컬AI, 로보틱스, AI 팩토리 분야에서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두산은 에너지, 전자 소재, 로보틱스 등 핵심 사업이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AI 팩토리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과 피지컬AI 플랫폼을 두산의 제품·기술·제조 역량과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퓨얼셀이 협력 축이 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과 소형모듈원전(SMR), 두산퓨얼셀은 수소연료전지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은 이들 에너지 솔루션을 엔비디아의 디에스엑스(DSX·컴퓨팅 네트워크, 저장 장치, 전력 등을 통합한 AI 팩토리 설계 아키텍처) AI 팩토리 플랫폼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두 회사는 AI 팩토리 구축에 필요한 전력 공급 설계, 발전 설비 최적화, 저탄소 전원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엔비디아의 피지컬AI 기술을 활용해 에이전틱 로봇 운영 체제를 개발하고 있다. 에이전틱 로봇 운영체제는 로봇이 작업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한 뒤 움직이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다. 두산로보틱스는 엔비디아의 아이작 심, 아이작 랩 등 로봇 시뮬레이션 도구와 코스모스 월드 모델, 뉴턴, 젯슨 토르 기반 엣지 디바이스를 활용하고 있다.

두산과 엔비디아는 이를 바탕으로 디팔레타이징과 샌딩처럼 정밀도가 필요한 산업 현장 작업을 수행하는 레퍼런스 로봇 솔루션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디팔레타이징은 팔레트에 쌓인 물건을 로봇이 옮기거나 분류하는 작업이고, 샌딩은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작업이다. 두 회사는 인식, 추론, 시뮬레이션 기능을 갖춘 로봇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산업용 로봇의 작업 정확도와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협력한다.

두산은 로보틱스 협력을 두산밥캣의 건설, 조경, 농업, 물류 장비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두산은 엔비디아의 피지컬AI 기술을 장비에 접목하고, 산업 현장에 특화된 월드 모델 개발을 추진한다. 월드 모델은 AI가 현실과 비슷한 가상 환경을 학습해 장비 움직임과 작업 상황을 예측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두산은 이를 통해 장비가 다양한 작업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작업하도록 하는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전자 소재 분야에서는 ㈜두산 전자BG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관련한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 ㈜두산 전자BG는 엔비디아 AI 인프라에 사용되는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고 있다. CCL은 AI 가속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소재다. ㈜두산은 CCL 생산 확대를 위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태국에 신규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두산그룹은 오랜 기간 축적한 제조 역량을 토대로 에너지, 로보틱스, 첨단소재 분야에서 AI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AI팩토리 시대를 맞아 우리 사업 분야에서 AI를 적용하고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데 이번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중심국가로, 세상을 건설하고 이동시키며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업들에게 피지컬AI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엔비디아 DSX와 피지컬AI를 두산의 에너지, 로보틱스 및 첨단소재 사업과 결합함으로써, 두산그룹은 지능형 로봇, 자율 산업 장비, 차세대 인프라 등 AI시대의 핵심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