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의 상징이 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에는 검은 가죽재킷 대신 프로야구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 마운드에 섰다. 시구를 하고, 치킨과 맥주를 곁들여 야구를 본 뒤, 저녁에는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을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황 CEO는 이날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000150)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의 시구자로 나섰다. 엔비디아 창립 연도인 1993년을 의미하는 등번호 93번이 새겨진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평소 공식 석상에서 즐겨 입는 검은 가죽재킷은 보이지 않았다.
마운드에 오른 황 CEO는 시구에 앞서 마이크를 잡고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엔비디아를 환영해준 한국에 감사하다"며 "엔비디아와 한국은 PC 게임과 비디오 산업과 함께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객석을 향해 "고 코리아(Go Korea)"를 외쳤다.
한국 음식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KFC(Korean Fried Chicken)를 즐기기 위해 왔다"며 "치맥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치맥'이라는 단어를 직접 한국어로 발음하자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시구는 예상보다 역동적이었다. 황 CEO가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 시타자로 나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머리 위로 향했다. 주전 포수 양의지가 몸을 일으켜 공을 받아야 했다. 황 CEO는 시구를 마친 뒤 박 회장과 포옹을 나누고 그라운드를 내려갔다. 이날 박 회장은 두산 창립 연도인 1896년을 의미하는 등번호 96번 유니폼을 입었다.
팬 서비스도 이어졌다. 1루 테이블석에 마련된 자리로 이동한 황 CEO는 맥주잔을 들어 관중석을 향해 건배 제스처를 취했다.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에도 한동안 응했다. 어린이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손을 맞잡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관중석 곳곳에는 "엔비디아 사랑해"라고 적힌 손팻말이 등장했다.
황 CEO는 경기 시작 약 50분 전인 오후 4시10분께 현대차(005380) 제네시스 G90을 타고 잠실구장에 도착했다. 취재진이 두산그룹과의 협력 계획을 묻자 "오늘은 시구에 집중하겠다"고만 답했다. 어떤 구종을 던질 것이냐는 질문에는 "I can do it(난 할 수 있다)"며 웃었다.
야구 관람에는 치킨도 빠지지 않았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측은 이날 단체 관람석을 위해 BBQ의 '크런치순살크래커' 113마리를 주문했다. 방한 첫날에도 BBQ 치킨을 찾았던 황 CEO는 이날도 치킨을 곁들여 경기를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 물량이 많아 BBQ 본사 직원들까지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부인 로리 황 씨와 장녀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 등 가족과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야구장을 나선 뒤에는 서울 강남으로 향한다. 황 CEO는 이날 저녁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