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개발하는 부유식데이터센터(FDC) 조감도./삼성중공업 제공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선주사들이 '바다 위 데이터센터'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선박을 보유해 용선료를 받는 기존 사업을 넘어 해상 데이터센터를 빅테크나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원을 넓히려는 것이다. 국내 조선사 중에선 삼성중공업이 가장 먼저 글로벌 선주사와 손잡고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사업화에 나섰다.

◇선박 넘어 데이터센터 임대… 선주사 협업 문의 잇따라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복수의 글로벌 선주사로부터 FDC 사업의 협업 문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이 중 그리스 선주사인 캐피탈 클린에너지 캐리어스(이하 캐피탈)와 FDC 공동개발 프로젝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FDC는 육지가 아닌 강이나 바다 위 부유식 구조물에 설치하는 데이터센터다. 대형 AI 데이터센터는 넓은 부지와 막대한 전력, 냉각 설비를 필요로 하는데, 미국과 유럽 등은 최근 전력망 접속 지연과 부지 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FDC는 항만이나 연안, 강 위에 설치해 육상 부지 부담을 줄이고 해수를 냉각원으로 활용해 냉각 설비 부담을 낮추는 이점이 있다.

선주들이 FDC에 관심을 보이는 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운반선,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기존 선박은 운임 사이클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진다. 반면 데이터센터는 AI와 클라우드 확산에 따라 장기 수요가 예상되는 인프라다. 선주가 FDC를 보유하고 빅테크나 클라우드 사업자가 장기간 사용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선박 자산을 디지털 인프라로 확장하는 새 사업 모델이 된다.

삼성중공업과 손잡은 선주사 캐피탈의 제리 칼로기라토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협력은 해양과 디지털 인프라가 만나는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것"이라며 "AI 확산으로 컴퓨팅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부유식 데이터센터는 확장성과 유연성을 갖춘 해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주사뿐 아니라 실제 수요처인 빅테크와 클라우드 사업자도 해상 데이터센터를 선택지 중 하나로 보기 시작했다. 삼성 계열사들은 지난해 10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협력을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오픈AI와 부유식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50㎿급 설계로 앞서간 삼성重… 전력·서버 안정성 검증 과제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해양설비를 설계·건조해 온 경험을 앞세워 FDC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FDC는 서버 공간뿐 아니라 전력·냉각·통신·안전 설비를 해상 구조물 안에 안정적으로 통합해야 하는 사업이다. 삼성중공업은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등 해양 플랜트 경험을 바탕으로 50㎿급 FDC 개념 설계를 했고, 지난 4월 미국선급(ABS)과 로이드선급으로부터 개념승인을 받았다.

전력 공급 방식도 FDC의 핵심 기술이다. 삼성중공업이 구상하는 FDC는 연안이나 항만에 설치해 해저 케이블로 외부 전력을 받을 수 있고, 자체 발전 설비도 탑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현재 표준형으로 개발 중인 50㎿급 모델은 LNG를 연료로 활용하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방식의 자체 발전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 외부 전력과 선상 발전을 함께 활용할 수 있어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전력망 접속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삼성중공업의 설명이다.

해외에서도 수상·해저 데이터센터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노틸러스 데이터테크놀로지스는 캘리포니아 스톡턴항에서 6.5㎿급 바지선형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고, 일본 미쓰이OSK라인(MOL)은 중고 선박을 데이터센터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상하이 린강 앞바다 약 10㎞ 해상에서 24㎿급 해저 데이터센터를 지난달 가동했다. 이 시설은 해상 풍력 전력과 해수 냉각을 활용해 기존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전력 소비를 22.8% 줄이고, 냉각용 담수 사용과 대규모 부지 확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운영 업체인 상하이 하이클라우드 테크놀로지는 밝혔다.

다만 대형 FDC가 본격적인 수익 사업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바다 위 구조물은 진동과 경사, 염분, 습도 변화에 노출돼 정밀 서버의 안정성을 검증해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해상 환경에서 AI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 미국 AI 서버 업체 슈퍼마이크로와 공동개발 협력 계약을 맺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FDC는 육상 데이터센터를 곧바로 대체하기보다 전력과 부지 제약이 큰 해안 도시나 섬 지역에서 먼저 쓰일 가능성이 크다"며 "충분한 운용 데이터를 쌓고 까다로운 인·허가 기준을 통과하는지에 따라 초기 시장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