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현지 시각) 로봇 인력 채용에 나서면서 이렇게 말했다. 질문에 답하거나 다양한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을 만드는 등 화면 안에서 여러 역할을 했던 AI를 실생활에서 구동하는 로봇의 두뇌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로봇이나 피지컬 AI로 눈길을 돌리면서 AI 시장의 무게 중심이 바뀌고 있다. 지금껏 AI 관련 투자와 연구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분야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응용 분야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3'./피규어AI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AI 시장 투자는 지금껏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확보에 집중됐다"며 앞으로는 AI를 산업 현장 등에서 움직이게 할 로봇의 두뇌와 몸체 제작, 이를 위한 데이터 축적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모델은 이미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로봇용 AI 모델 규모가 400억~800억개 파라미터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라미터는 AI가 학습 과정에서 조정하는 내부 변수다. 숫자가 클수록 로봇이 더 많은 장면과 지시, 동작 데이터를 학습해 복잡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진다. 로봇용 AI도 실험실 단계의 작은 모델을 넘어 대형언어모델(LLM)에 가까운 규모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로봇 기술은 단순히 명령을 따라 움직이는 단계에서, 행동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움직이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로봇이 카메라로 주변을 보고 사람의 지시를 이해해 동작으로 바꾸는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에 움직임의 결과를 미리 계산하는 월드모델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물체를 잡거나 끼우는 작업처럼 접촉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촉각 정보를 더한 시각·촉각·언어·행동(VTLA) 모델까지 활용해 힘 조절 능력을 높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능력을 갖추려면 실제 현장에서 물체를 인식해 잡고 옮기는 등 여러 행동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야 한다.

로봇 업계에서는 실제 상황에서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대규모 상용화는 내년부터 2029년 사이에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 현재 로봇 응용 분야는 공장이나 물류 운반 작업 등이 주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물류 창고나 제조 현장에 수십대 단위로 투입해 작업 안정성과 데이터 품질을 확인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현장 작업만으로는 로봇을 고도화하기 위한 데이터를 쌓는 게 제한적"이라며 "별도의 데이터 팩토리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생산해 가공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도 로봇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 공급망 사업에 쏠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하모닉 감속기와 액추에이터 모듈을 대표적인 핵심 부품으로 꼽았다. 하모닉 감속기는 로봇 관절의 정밀도와 토크를 좌우하는 역할을 한다. 액추에이터 모듈은 모터와 감속기, 센서, 제어부를 묶어 로봇의 팔과 다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구동 부품이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노동력 부족과 자동화 수요가 구조적으로 로봇 도입을 앞당기고 있다"며 "로봇 산업이 장기적인 자본 순환의 초기 사이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