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와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등에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부진한 반면 ESS용 배터리 시장은 인공지능(AI) 산업의 팽창으로 빠르게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미국 미시간주 최대 에너지 기업인 DTE에너지와 6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DTE에너지에 공급할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총 계약 규모는 16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하는 배터리는 DTE에너지가 미시간주에 건설하는 오라클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등 총 8개 핵심 전력망 구축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오라클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손잡고 미국 주요 거점에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월 한화큐셀 미국법인과 5GWh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ESS용 배터리 누적 수주 규모는 140GWh다. 이 회사의 북미 지역 ESS용 배터리 생산 거점은 5곳이다.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를 양산 중이며, 미시간주 랜싱 공장, GM과의 합작공장인 테네시주 얼티엄셀즈 공장, 혼다와의 오하이오주 합작공장에서도 ESS 라인이 차례로 가동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북미에서 ESS용 배터리 생산 능력을 50GWh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도 미국에서 ESS용 배터리 수주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삼성SDI의 미주 법인인 삼성SDI 아메리카는 지난 3월 미국 에너지 기업과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으로 2029년까지 4년간 NCA 배터리와 LFP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12월에도 미국 에너지 관련 인프라 개발·운영사와 2조원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삼성SDI는 완성차 제조사인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에 설립한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당초 이 공장에선 스텔란티스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했지만, 지난해 4분기에 ESS용 NCA 배터리를 생산하는 라인으로 전환했다. 올해 4분기에는 추가로 ESS용 LFP 배터리 생산 설비를 만들 예정이다.
SK온도 사업 구도를 ESS 시장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SK온은 조지아주 공장의 전기차 라인 일부를 ESS용 배터리 시설로 전환해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포드와 갈라서면서 단독 공장으로 변한 테네시주 공장 라인 일부도 ESS 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SK온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20GWh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수주하는 것이 목표"라며 "미국에서 복수의 고객사와 납품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북미 시장 내 ESS 수요는 전력망 중심으로 2030년까지 연평균 2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ESS용 배터리 부문 매출액이 12조1000억원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액(10조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iM증권도 LG에너지솔루션의 ESS 부문 영업이익이 2025년 약 823억원에서 2028년 약 3조6000억원까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ESS 시장의 경쟁 기준이 과거의 저가 중심 조달 구조에서 세액공제 적격성, 공급망 투명성, 현지 생산 능력을 갖춘 공급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미국 ESS 시장의 성장세가 국내 배터리 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