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국외에서 선박을 지키는 선원들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상 선상 투표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국민투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귀국하지 못한 선원들도 투표를 할 수 없다.

운항 중인 배에서 근무 중인 HMM 선원들의모습. /HMM 제공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국적선 근무 선원 2만8731명 가운데 약 34.5%(9922명)는 국외 먼바다에서 근무하는 외항 승무원이다.

통상 해외에서 활동하는 해취선(외국 국적 선박) 승선 선원(1562명)까지 더하면 모두 1만1484명이 국외 먼바다에서 근무한다. 이 가운데 상선 선원이 88%, 어선 선원이 12%다.

외항 상선 선원은 통상 4개월 근무 후 2개월 휴식 주기로 승선 근무를 하고, 원양 어선의 경우 짧게는 반년에서 길게는 2년 이상 승선해 조업한다.

국내에서 휴무 중인 선원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원이 선거일에도 승선해 근무한다. 업계에서는 해당 인원이 70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오는 6·3 지선 투표권이 있지만,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상투표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보장되지 않아 이를 행사할 수 없다.

선상투표는 참정권을 보장하라는 원양 선원들의 헌법소원심판에 따라 2012년 총선부터 시행됐다. 선장의 관리 하에 투표가 이뤄지며 선거관리위원회는 '쉴드 팩스'로 이를 전달 받는다.

쉴드 팩스는 투표지의 기표 내용이 보이지 않도록 접어서 봉합해 출력할 수 있는 기기다. 선관위는 이를 거소 투표지와 혼합해 개표하고, 선장은 검표를 위해 선원들의 투표지를 스캔해 보관한다.

기술적으로는 같은 방식으로 모든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헌법소원에 따른 공직선거법 개정 당시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국민투표만을 선상투표 대상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지선은 여전히 원양 선원들의 참정권이 제한된 상태다.

해운업계에서는 2012년 이후 지속해서 지선과 재·보궐선거에도 선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21년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이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가결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업계에서는 스타링크와 같은 저고도 위성 통신 등의 도입으로 선상투표 대상 확대의 문턱이었던 기술적 한계가 많이 극복되고 있는 만큼 선원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상투표가 도입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기술적 문제에 따른 저조한 참여율과 선장에게 부과되는 지나친 책임 등을 이유로 투표 대상 확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선원들도 대한민국에 적을 둔 국민이고 기술적인 문제들은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는 만큼 본격적으로 선상투표 대상 확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