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상풍력 발전 기업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중단하고 있다. 원자재가 상승으로 프로젝트 개발 비용이 크게 증가한 데다, 여러 규제에 막혀 사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1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노르웨이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는 지난 2021년부터 울산 앞바다에서 추진해 왔던 750메가와트(㎿) 규모의 '반딧불이 부유식(바다 위에 띄우는 방식) 해상풍력 사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반딧불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부유식 단지로 총 사업비는 6조원으로 추산된다.

에퀴노르의 울산 반딧불이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투입할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기 조감도. / 에퀴노르 제공

국내 발전업계에서는 주요 사업인 반딧불이 프로젝트가 좌초되면서 에퀴노르가 다른 사업에서도 손을 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에퀴노르는 반딧불이 프로젝트 외에도 동해1 해상 풍력 프로젝트, 제주도 추자도 발전 단지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일각에서는 이 회사가 한국에서 전면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에퀴노르 한국 법인 관계자는 "해상풍력 사업에서 성과가 안 나오다 보니 액화천연가스(LNG) 등 기존 에너지 개발 중심으로 본사 조직이 개편되고 있다"며 "해상풍력 개발 비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에는 영국 해상풍력 업체인 코리오제너레이션(코리오) 한국 법인이 문을 닫았다. 코리오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맥쿼리그룹의 신재생에너지 전문 자회사다. 맥쿼리그룹이 해상 풍력 사업을 정리하면서 국내 사업도 접게 됐다.

부산 다대포 해상풍력,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바다에너지' 프로젝트 등 코리오가 진행해 왔던 다른 사업들 역시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2023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당시 코리오가 약속했던 1조3000억원 규모의 한국 투자도 제대로 이행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세계 최대 풍력 터빈 제조사인 덴마크의 베스타스가 추진하던 목포 터빈 공장 건설 계획도 지난해부터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공장을 지으려면 확실한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실제 착공에 들어간 대형 프로젝트가 없어서다.

독일의 RWE도 올해 초 충남 태안과 전남 신안 등에서 진행했던 해상풍력 사업에서 손을 떼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대형 에너지 기업인 쉘은 지난 2024년 울산 해상풍력 지분을 매각하며 한국 시장을 떠났다.

해상풍력 발전 기업이 사업을 접고 있는 것은 조달 비용과 개발비가 크게 올라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수 년 간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사업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고금리로 수익성마저 떨어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의 경우 육상풍력에 비해 초기 설치비와 유지비가 훨씬 높은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 등을 거치면서 원자재 가격이 뛰어 비용 부담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로 국내에서 검토됐던 한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2년 전에는 예상 비용이 500㎿당 3조원으로 추산됐는데, 지금은 4조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의 각종 규제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도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을 포기한 이유로 꼽힌다.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 진행되려면 국방부, 해양수산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서 약 30개의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주민 수용성 문제도 기업이 직접 풀어야 할 과제였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잇따른 철수로 정부가 목표로 한 해상풍력 확대 방안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설비 준공 3GW, 착공 7.5GW로 준착공 도합 10.5GW 규모로 확대하는 '해상풍력 인프라 확충 및 보급 계획'을 추진 중이다. 현재 해상풍력 발전 규모는 연간 0.35GW 수준에 불과하다.

기후부 관계자는 "기업들로부터 계속 건의 사항을 접수하고, 타당한 내용은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라며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 순항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 방안을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