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동발전이 복합화력발전소를 지으면서 주기기 중 하나인 배열회수보일러를 다른 발전 공기업들과 다른 방식으로 발주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5개 발전 자회사 중 남동발전을 제외한 중부·서부·동서·남부발전 등 4개 발전사는 배열회수보일러를 발주할 때 '종합낙찰제'를 사용한다.
반면 남동발전은 최근 종합낙찰제 대신 '경쟁적 대화에 의한 계약', '협상에 의한 계약' 등 다른 방식을 쓰는 중이다. 특히 가스터빈·증기터빈 등 다른 주기기는 종합낙찰제로 발주하면서 배열회수보일러 발주에만 종합낙찰제를 사용하지 않아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다.
29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의 5개 발전 자회사가 2021년 이후 진행한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는 총 12개다. 이 중 국책 과제라는 특성상 수의계약으로 진행해야 하는 3개를 제외한 9개 프로젝트 중 중부·서부·동서·남부발전 등 4개 발전사의 화력발전소 프로젝트 6개에서는 배열회수보일러 발주를 종합낙찰제로 했다. 한 발전 자회사 관계자는 "종합낙찰제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동발전은 진행한 프로젝트 3개에서 배열회수보일러를 발주하며 종합낙찰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남동발전은 2023년 10월 고성복합발전소 배열회수보일러 발주 방식으로 '경쟁적 대화에 의한 계약'을 도입하며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입찰을 시작했던 송산빛그린발전소에 들어갈 배열회수보일러 낙찰자는 수의계약으로 결정돼 지난 26일 낙찰 통보가 나갔다. 남동발전은 앞으로 한두 달 안에 입찰 공고를 낼 분당복합발전소의 배열회수보일러 발주 방식도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가계약법상 발전소 주기기 발주는 종합낙찰제 이외의 방식으로도 할 수 있다. 종합낙찰제는 입찰에 나선 회사의 기술, 재무구조, 사업 수행 능력 등을 검증한 뒤 최저가 위주의 가격 경쟁을 통해 낙찰자를 정하는 구조다.
만약 발전 자회사가 원하는 성능을 만족시키는 주기기가 시장에 없어, 연구개발(R&D)이나 혁신이 필요한 경우일 때는 '경쟁적 대화에 의한 계약'을 할 수 있다. 또한 다수의 입찰사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평가한 후 협상을 거쳐 계약을 체결하는 '협상에 의한 계약'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협상에 의한 계약은 주로 문화예술 행사, 국가 안보 관련 사업 등 가격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업에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성복합발전소에 적용한 경쟁적 대화에 의한 계약 방식은 발주사인 발전 자회사가 입찰가와 함께 입찰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심사가 이뤄진다. 남동발전이 구성하는 배점 기준에 따라 정성·정량적인 평가가 진행된다. 그 결과 입찰에 나선 두 회사 중 더 높은 입찰가를 써낸 업체가 선정됐다.
남동발전은 분당복합발전소의 배열회수보일러 발주 방식에 대해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후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감사도 받았다. 기후부는 분당복합발전소의 배열회수보일러 계약을 조달청에 의뢰해 진행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기존대로 남동발전이 조달청을 통하지 않고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발주하는 방식이 유지될 전망이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조달청과 협의한 결과,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다만, 협상에 의한 계약을 조달청이 진행할 경우 남동발전이 직접 진행하는 것보다 2~3개월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기에 조달청에서 발주가 시급하면 남동발전이 직접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줬다"고 말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감사 결과에 대해 이행 강제는 하지 못한다"면서도 "시행 결과가 나오고 나면 합당한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 다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동발전의 조달 방식만 다르다 보니 배열회수보일러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배열회수보일러 업체 관계자는 "복합화력발전소 전체 건설비의 약 25%를 차지하는 배열회수보일러 발주를 종합낙찰제로 하지 않아 경쟁입찰의 기회가 사실상 사라졌다"며 "분당복합발전소와 송산빛그린발전소의 발주 방식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제보를 했다"고 말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가스터빈과 증기터빈은 통상적으로 종합낙찰제 방식을 많이 따르지만, 배열회수보일러의 경우 선행 프로젝트 수행 중 저가 낙찰에 따라 공사 중단 및 시공 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고성복합화력발전소에 들어가는 배열회수보일러는 두 기로 국내 최대 용량이라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경쟁적 대화에 의한 계약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산빛그린발전소의 경우 발전사 중 처음으로 배열회수보일러 입찰사를 대표로 한 컨소시엄이 가스터빈 계약을 맺도록 했다"라면서 "원활한 사업관리를 위해 (배열회수보일러·가스터빈·증기터빈) 통합 발주를 통해 입찰사가 직접 가스터빈 제작사를 선정, 자율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도록 했으나, 4차례 유찰돼 수의계약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