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에 미군을 추가 배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국산 무기의 대(對)폴란드 판매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군이 배치되면 폴란드가 한국 무기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방위산업계는 국산 무기가 이미 배치되고 있고 국내 기업들도 현지화에 나선 상황이라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폴란드에 미군 5000명을 추가 파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폴란드에 주둔 중인 미군은 약 1만여명이다. 미 국방부는 병력의 증강 배치인지, 일종의 순환 배치인지에 관해서는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 추가 배치 계획이 발표되자, 국내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폴란드의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폴란드는 국방비의 상당액을 패트리엇 시스템과 전투기 등 미국산 무기 구매에 쓰고 있는데, 미국이 더 들어올 경우 한국산 재래식 무기체계 구입에 들어가는 돈을 감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유였다.
폴란드는 지난 2022년 한국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672문, 현대로템의 K2 전차 1000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48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다만 이는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기본 계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군이 추가 배치되면 폴란드가 당초 계약할 물량을 모두 구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기본 계약에 근거해 폴란드 국방부와 실행 계약을 별도로 체결해왔다. 한화에어로와 현대로템은 지난해 1차 계약 물량의 납품을 끝냈고, 현재 2차 물량을 보내고 있다. KAI는 1차 물량 납품은 끝냈지만, 부품 수급 등 문제로 2차 물량의 납품은 시작되지 않았다.
정부와 방산업계에서는 미군이 증강 배치되더라도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한국 무기의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이 시작돼 장기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이유에서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와 체결한 K2 전차 2차 이행 계약에 따라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PGZ 산하 부마르에 K2 전차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 K2 전차에 맞춰 폴란드 공급망도 조정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단순히 전차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폴란드 기술진과 생산 라인을 한국 체계에 맞춰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폴란드 정부도 자국 산업과 연계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폴란드는 자국에서 생산하는 폴란드형 K2 전차(K2PL)의 제3국 수출 가능성까지 거론 중인데,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기술 이전을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드러내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2028~2030년 K2PL는 오는 2028년부터 2030년까지 60대가 생산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는 폴란드와 K9 자주포의 현지 조립·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포함한 3차 계약을 논의 중이다. K9 자주포도 완제품 수출을 넘어 폴란드 현지에 생산 기반을 세우는 쪽으로 사업 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K9 자주포와 함께 수출된 다연장 로켓 천무는 폴란드산 차량에 탑재돼 '호마르-K'로 불리며 현지형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란드에 주둔하는 미군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재배치될 수 있지만, 현지 생산 시설과 기술력은 남는다"며 "폴란드는 자국 내에서 생산·정비·운용을 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구축하길 원하고 있어 한국 업체와의 긴밀한 협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