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함정용 근접방어무기체계(CIWS-Ⅱ)가 차세대 방산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 해군이 한국 등 동맹국 조선소에서 함정 모듈을 제작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신규 함정 건조 계획을 공개하면서, 함정용 무기체계의 미국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산 CIWS-Ⅱ는 열의 내구성, 발사 속도 등을 확인하는 부품별 시험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모든 시험 평가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오는 2028년이다.
CIWS-Ⅱ는 6~7개의 기관포와 레이더, 사격통제 시스템을 결합한 함정용 근접방어무기다. 모든 방공망을 뚫고 온 적의 군집 드론이나 소형 항공기를 요격하는데 사용된다. 군 당국은 미국 RTX(옛 레이시온)와 제네럴 다이나믹스가 개발한 팔랑스를 대체하기 위해 이 무기를 국산화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국산 CIWS-Ⅱ 사업을 총괄하는 업체는 LIG D&A다. SNT다이내믹스와 현대위아가 물량을 일부 나눠 30㎜ 포열과 포탑 체계, 포탑 제어부 등을 납품하면 LIG D&A가 함정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국산 CIWS-Ⅱ에는 대구경탄이 탑재된다. 최근 이란 전쟁에서 주목받은 드론 샤헤드나 순항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되고 있다. 분당 4200여발을 발사할 수 있는 이 무기는 시험평가가 마무리되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 해군이 운용할 신형 구축함에 탑재될 예정이다.
국내 방산업계가 주목하는 곳은 미국 시장이다. 미국은 잦은 전쟁으로 인해 미사일·방공체계의 생산 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미 국방부는 RTX와 지난 2월 팔랑스 확대 계약을 체결하면서 생산 능력을 높이고 납기를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이 동맹국의 조선 역량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호재로 꼽힌다. 미 해군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조선 계획'을 발표하고 2055년까지 15척의 트럼프급 전함 도입 계획을 내놓으면서, 수상 전투함의 경우 선체 구조물 등의 모듈을 동맹국에서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LIG D&A는 지난 4월 미국 법인을 세우고 2.75인치(약 70㎜) 유도로켓 '비궁'과 CIWS-Ⅱ를 포함하는 해상 방공망 설루션 판매를 추진 중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미국 방산 시장 진입을 위해 미 국방부의 사이버보안 성숙도 인증(CMMC) 절차를 밟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 "과거에는 미국 함정 시장이 폐쇄적이었지만, 지금은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수출을 위해 CIWS-Ⅱ의 활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는 함정 탑재 용도로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이 무기를 지상에 옮겨 놓으면 원전·공항·활주로 같은 국가 핵심 시설을 방어하는 대공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이동식 발사대(TEL)나 차량형 플랫폼에 탑재할 경우 기동형 대공 무기체계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란 전쟁이 벌어진 중동 지역 등에서 저가 드론 등을 활용한 비대칭 공격이 많아 다목적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한국도 CIWS-Ⅱ의 활용 범위를 넓이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할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