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위산업체들의 해외 매출이 3년 전에 비해 6배 넘게 증가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독일을 비롯한 주요 경쟁 국가들에 비해 수출 규모가 작은 데다, 품목도 지상 무기에 편중돼 있어 해양이나 무인 분야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질적 성장'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현대로템 등 주요 방산 4개사의 지난해 방산 분야 합산 해외 매출액은 8조78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년 전인 2022년 합산 해외 매출(1조2345억원)보다 611% 늘어난 수치다.
올해 1분기 4사의 합산 해외 매출액은 1조9698억원으로 2022년 1분기(1098억원)보다 1693% 급증했다.
업체별로 보면 한화에어로는 K9 자주포와 천무 등 주력 무기들을 폴란드, 이집트 등 10개국에 판매했다. 이를 통해 해외 수주액은 지난 2022년 약 20조원에서 지난해 37조2199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LIG D&A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로 천궁-Ⅱ 수출을 확대하며 12조원에서 26조2526억원으로 수주 잔고를 늘렸다. 현대로템도 지난해 창사 후 처음으로 수주 잔고가 10조원을 넘어섰다. KAI의 수주 잔고도 2022년 24조5961억원에서 지난해 27조3437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방산업계에서는 최근 3년에 걸친 고속 성장 흐름이 지속될 지에 대해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매출액 증가세는 과거에 맺은 납품 계약에 따른 것이며, 수출이 특정 지역과 특정 품목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에어로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한 국가는 11개국, 천무는 5개국이 쓴다. 천궁-Ⅱ는 중동 3개국에만 수출됐고, FA-50은 6개국이 쓰고 있다. K2 전차는 폴란드만 운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방산업체들의 경쟁사로 꼽히는 독일의 라인메탈은 전 세계 30개국에 거점이 있는 데다, 한국 4사를 합친 것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 지난해 라인메탈의 독일을 제외한 해외 매출의 비중은 62%로 대부분 절반을 밑돈 국내 업체들보다 높았다. 해외 매출은 99억3500만유로(약 17조5000억원)로 역시 국내 방산 4사의 합산치보다 많다.
폴란드 잠수함 사업에서 한화오션과 경쟁했던 스웨덴 사브의 해외 매출은 한화로 약 7조6000억원이며, 해외 매출 비중은 59%였다.
한화에어로의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47.2%, LIG D&A는 19.9%, KAI는 25.5%, 현대로템은 72.4%로 나타났다.
방산업계의 관계자는 "독일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리며 규모를 키우고 있고, 일본 방산업체 역시 최근 사업 확대를 모색 중"이라며 "글로벌 방산 시장의 수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누리는 호황이 머지 않아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수출 지역을 넓히고 해양 무기체계 등으로 품목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미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수출 대상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눈에 띄는 수주 소식은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해양 분야의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HD현대중공업의 필리핀 초계함 수출 사업이 유일하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다.
한 전직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가성비와 성실한 납기 준수, 현지 업체와의 협업 등을 무기로 내세우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질적 성장"이라며 "최근 호황을 발판 삼아 방산 경쟁력을 높이고 규모를 키우려면 정부와 기업들의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