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식 혼다 시빅을 몰다가 신형 테슬라를 사는 것과 같습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캐나다 해군 소속 제이크 딕슨 하사는 캐나다 언론 '더 글로브 앤 메일'에 한국 해군 디젤 잠수함 '도산안창호함(3000t급)'을 탑승해 보고 이렇게 말했다. 딕슨 하사는 지난 7일 미국 하와이에서 도산안창호함에 편승해 전날 에스퀴몰트 기지에 도착했다.
도산안창호함은 지난 3월 26일 진해 군항을 출항, 한국 잠수함으로는 처음으로 태평양을 횡단해 캐나다 해군 기지에 입항했다.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 협력 훈련에 참가하기 위한 일정이다. 국산 잠수함으로는 역대 최장 항해 기록인 편도 약 1만4000㎞를 기록, 대양 작전 능력을 입증했다.
딕슨 하사와 잠수함에 같이 승선한 브리타니 부르주아 소령은 한국 잠수함의 장점으로 녹이 거의 없고 공간이 넉넉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최신 잠수함에 직접 타보고 나니 우리가 새 잠수함을 갖게 됐을 때 얼마나 달라질지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캐나다 해군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CPSP)' 수주전에서 한국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이 사업은 캐나다가 2030년대 중반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디젤 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으로, 최대 60조원 규모로 평가된다.
한국의 한화오션(042660)·HD현대중공업(329180) 컨소시엄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경쟁하고 있다. 한국은 해군 최신 잠수함인 '장보고-Ⅲ(KSS-III)'를, TKMS는 독일·노르웨이 공동 개발 모델인 212CD 잠수함을 제안한 상황이다. 업계는 이르면 오는 6월 중 수주 업체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캐나다는 새 잠수함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데이비드 패첼 캐나다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우리는 100년 넘게 잠수함을 운용해 왔지만, 진정한 의미의 잠수함 보유국은 아니었다"며 "현대식 잠수함 12척을 갖춘다면 캐나다는 잠수함 보유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잠수함은 1998년 영국에서 중고로 도입한 빅토리아급 4척이 전부다. 이 중 3척은 수리 중으로, 실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함정은 1척에 불과하다.
이에 '빠른 납기'가 한국의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 케빈 버드닝 캐나다 국방 싱크탱크 국방협회회의 연구소 이사는 정책 전문지 '폴리시' 기고를 통해 "한국은 2032년까지 첫 번째 잠수함을 인도하는 데 이어 2035년까지 4척을, 이후에도 매년 추가 함정을 인도할 계획"이라며 "이 부분에서 한화는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잠수함이 이미 운용 중이라는 점도 버드닝 이사는 강조했다.
반면 TKMS에 대해선 "납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일부 전망에 따르면 캐나다는 첫 잠수함을 2030년대 중후반이 돼서야 인도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TKMS의 잠수함 212CD는) 이제야 양산에 들어가는 검증되지 않은 신형 플랫폼"이라고 했다.
양측은 잠수함 외에도 각종 경제·산업 패키지를 캐나다 측에 제안하고 있다. 지난달 한화오션은 잠수함 수주 시 캐나다에서 장갑차를 현지 생산하고, 온타리오주 앨고마 스틸에 3억4500만캐나다달러(약 38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화는 이 투자로 캐나다에서 2044년까지 연간 1만5000~2만25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독일은 TKMS를 지원하기 위해 캐나다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투자에 희토류 채굴, 자원 안보 관련 인프라 지원을 내걸었다. 여기에 캐나다에서 봄바디어 항공기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