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초대형 LNG 운반선./HD현대 제공

국내 조선 3사가 이달 들어서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척을 수주하며 고부가 선종에서 수주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북미 LNG 수출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면서 2029~2030년 인도 슬롯(독·배를 만드는 공간)을 선점하려는 선사들의 선박 확보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는 이달 총 3조7303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10척을 수주했다. HD현대 계열 조선사는 이 가운데 4척을 따냈다. HD현대삼호는 지난 12일 북미 선주로부터 LNG 운반선 2척을 7485억원에 수주했고, 다음 날 HD현대중공업도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 헤이핀과 7439억원 규모 LNG 운반선 2척 건조 계약을 맺었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LNG 운반선만 5척을 확보했다. 지난 13일 그리스 선사 TMS카디프가스와 7505억원 규모 LNG 운반선 2척 계약을 맺은 데 이어, 15일 LNG 운반선 3척을 1조1242억원에 추가 수주했다. 한화오션도 지난 8일 노르웨이 해운사 크누센으로부터 LNG 운반선 1척을 3632억원에 수주했다.

이들 10척은 모두 2029년 3월 말부터 7월 말 사이에 인도될 예정이다. LNG선 한 척당 수주 선가는 2억5000만~2억5400만달러로, 시장 평균인 2억4850만달러를 웃돈다.

◇북미 LNG 프로젝트 속도… 하반기 발주 기대

업계에서는 LNG 운반선 발주가 올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누적 LNG 운반선 발주는 이미 47척으로, 지난해 연간 발주량 38척을 넘어섰다. 여기에 미국과 캐나다,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등에서 LNG 수출 프로젝트가 잇따라 추진되면서 추가 선박 수요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이다. 특히 북미에서는 2030년 전후 가동을 목표로 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커먼웰스 LNG 프로젝트다. 천연가스 생산·액화 개발업체 카투러스는 지난 15일 이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투자결정(FID)을 내리고 건설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2030년 가동을 목표로 루이지애나주 카메론 패리시에 연간 950만t 규모의 LNG 수출 터미널을 짓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프로젝트만으로 LNG 운반선 약 20척의 수요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캐나다에서도 추가 발주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이 주도하는 LNG 캐나다 사업은 연간 1400만t 규모의 1단계 설비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2단계 증설 투자 결정을 올해 말까지 추진하고 있다. 증설이 확정되면 태평양을 거쳐 아시아로 향하는 LNG 물량이 늘어나 운반선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선박 중개업계에서는 2029~2030년 인도 슬롯을 확보하려는 선주들이 올해 하반기 대규모 발주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LNG 운반선은 건조에 3년 이상 걸리는 만큼, 2030년 전후 가동을 앞둔 LNG 프로젝트가 늘수록 선주들의 발주 시점도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물량이 2029년 초·중반까지 차 있어 남은 슬롯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中 추격 빨라지지만, 韓 고부가 선종 우위

고부가 선박 수주에 집중해온 국내 조선사에 LNG 운반선 발주 확대는 기회요인이다. 그러나 중국 조선사들의 추격은 변수로 꼽힌다. 중국은 최대 국영 조선그룹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 산하 후둥중화조선을 중심으로 LNG 운반선 건조 경험을 쌓아왔고, 최근에는 중국 초상국중공업도 대형 LNG선 건조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중국이 자체 설계·건조한 LNG선 중 최대 규모인 18만㎥급 선박을 인도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의 LNG운반선 수주 점유율은 약 40%로, 한국(약 60%)을 따라붙고 있다. 지난해 수주 점유율이 한국 92%, 중국 8%였던 점을 고려하면 중국 조선소의 존재감이 커진 셈이다.

다만 중국 조선사의 신규 수주 구성을 보면 컨테이너선 40.5%, 탱커(유조선) 26.2%, 벌크선 20.4% 등에 집중돼 있다. 한국 조선사들이 LNG 운반선과 친환경선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서는 것과 달리 중국은 납기가 빠른 대량 건조 선종을 중심으로 수주를 쌓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NG 운반선처럼 품질 검증과 장기 운항 안정성이 중요한 고부가 선종에서는 한국 조선사들에 대한 글로벌 선주들의 선호가 높다"며 "초기 선가는 중국 조선소보다 10% 이상 높더라도 연료 효율과 운항 안정성, 납기 신뢰도 등을 포함한 생애주기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선주들에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