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를 중심으로 불거진 성과급 배분 논쟁이 조선업계로 번지고 있다. 조선업황 회복으로 대형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하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요구를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안에 담기 시작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포함했다. 노조가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구체적인 비율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기본급 정액 인상이나 상여금 확대 등이 주된 요구였으나, 올해는 회사 실적과 성과급을 직접 연동하는 방식으로 요구 수위를 높인 것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요구와 함께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상여금 100% 인상, 휴양 시설 유지를 위한 경상비 20억원 출연 등도 교섭안에 포함했다. 조선업종노조연대 차원에서는 회사가 인공지능(AI) 기술을 공정에 도입할 때 노조와 합의해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노조는 조만간 이 같은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하고 다음 달 교섭 상견례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의 요구가 다른 조선사 임단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성과급 배분 논쟁이 실적 개선 업종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조선업계에서도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둘러싼 노사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에서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제조업은 유형자산 비중이 크고, 매년 감가상각과 설비 재투자 부담이 큰 구조인 만큼 영업이익을 곧바로 배분 가능한 현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은 회사 통장에 그대로 쌓이는 현금이 아니라 감가상각과 향후 투자 부담 등이 반영된 회계상 이익"이라며 "수주 산업인 조선업에서 이를 기준으로 성과급 비율을 고정하면 매출 인식 시점과 실제 현금 흐름, 투자 계획 사이에 괴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 특유의 실적 구조도 변수다. 조선사는 선박을 수주한 뒤 실제 매출과 이익이 반영되기까지 통상 2~3년의 시차가 있고, 글로벌 발주 환경과 선가 흐름에 따라 실적 변동성도 크다. 최근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졌더라도 단기 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 배분율을 고정할 경우, 업황 둔화기에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선박 건조 설비와 친환경 선박 기술, 연구·개발 등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라며 "성과 공유 논의도 단기 실적만이 아니라 중장기 투자 여력과 업황 변동성을 함께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과급 논쟁은 다른 조선사로도 번질 가능성이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원·하청 노동자에게 동일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밝힌 바 있어, 올해도 성과급 산정 기준과 지급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최근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한화오션 급식 위탁업체 노조의 교섭 공고 이의신청을 인용하면서 성과급 지급 대상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를 둘러싼 갈등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