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가 석유 최고 가격제 시행 이후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자사 브랜드 주유소에 매달 최소 100만원 이상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다른 브랜드의 주유소들이 술렁이고 있다. SK에너지 자영 주유소 업주들은 잠시 숨통이 트였다며 반가워하고 있다.

SK에너지를 제외한 나머지 정유사(GS칼텍스·S-Oil·HD현대오일뱅크)들은 주유소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선 아직 준비하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2500여 자영 주유소에 '고유가 및 위기 극복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SK 자영 주유소에 기본 금액을 배정하고, 주유소별 사입 물량에 따라 추가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서울 금천구 소재 SK 박미주유소. /SK에너지

우선 석유 최고 가격제가 시행된 3월 13일부터 31일까지 자영 주유소가 주문한 석유 제품 물량에 대해 리터(ℓ)당 30원을 다음 구매 때 차감해주기로 했다. 이어 전체 SK 자영 주유소에 온누리 상품권으로 100만원씩 전달할 예정이다.

4월, 5월도 기본 지원금 100만원에 구매 물량에 따라 추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SK에너지는 고유가 및 위기 극복 지원금 한도로 매달 최대 200억원을 책정했다. 단순 계산하면 한 주유소당 매달 800만원씩 돌아가는 금액이다.

SK에너지는 자영 주유소들의 경영이 눈에 띌 정도로 어려워져 상생을 위해 현금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석유 최고 가격제 시행 이후 자영 주유소 운영자들은 직영 주유소, 알뜰 주유소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매출이 급감했다고 호소해왔다. 정부가 도매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구조에서 정유사들이 직접 관리하는 직영 주유소 판매 가격을 대폭 낮춘 영향이다.

실제 영업을 중단한 주유소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기준 영업 중인 전국 주유소는 1만324개로 집계됐다. 올해 초 1만435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111개가 휴·폐업한 것이다. 특히 석유 최고 가격제 시행 첫날(1만396개) 이후 지금껏 72개의 주유소가 영업을 중단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4사 간 자영 주유소 유치 경쟁이 치열해 지원 사업을 종종 벌여왔다고 한다. 석유 제품을 더 많이 파는 주유소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있었다. 그러나 석유 최고 가격제 시행 이후 정유업계는 실적 부진을 예상해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다.

SK에너지와 달리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S-Oil은 주유소 대상 지원 사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해당 브랜드 주유소 업주들은 직영, 알뜰에 이어 자영 주유소 간 경쟁에서도 불리해졌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업주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엔 "지원 소식 없냐"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