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원유 수급이 막힌 이후 중남미와 북아프리카가 대체 원유 수입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남미의 경우 중동산과 비슷한 중질유(重質油)가 나오기 때문에 국내 정유사들의 수입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라크 바스라 인근 남부 해상 석유 터미널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 3월부터 중남미 국가인 에콰도르와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리비아 등에서 새롭게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에콰도르산 원유는 중질유라 국내 설비를 통해 제품으로 만들기에 적합하다"며 "리비아산의 경우 경질유(輕質油)지만,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많이 뽑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에콰도르에서 3월에 수입한 원유는 227만7000배럴이다. 중동 지역인 카타르에서 같은 기간 수입한 물량(188만1000배럴)을 웃돈다. 리비아에서는 52만3000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국내 정유업계가 에콰도르에서 원유를 수입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거기다 2022년 1월 이래 에콰도르에서 도입한 원유 물량 중 3월 물량은 최대치다. 에콰도르 원유가 중동산과 유사한 중질유라는 점이 작용했다. 중질유는 정제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경질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고도화 설비를 갖춘 국내 정유사에 유리하다.

정유업계에선 리비아에도 주목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리비아의 석유 매장량은 전 세계의 2.7%인 484억배럴로 아프리카 1위이자 세계 10위다. 국내 정유업계는 리비아의 정치적 혼란을 이유로 2017년 7월 이후 이 지역에서 원유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리비아산에도 눈을 돌리게 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최근 많은 정유사들이 중동산 중심의 원유 수입 구조에서 탈피해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