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쟁 전 낮은 가격에 사들인 원료를 투입해 만든 석유 제품을 고가에 판매하면서 수익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하반기에 대한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국제유가가 오른 후 구입한 원재료 값이 실적에 부정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커서다.
1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1분기 석유화학 사업부에서 영업이익 1650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SKC 화학 사업도 각각 341억원, 96억원의 이익을 냈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5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도 1분기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는 2분기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87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4339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개선된 수치다. 금호석유화학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분기의 2배 수준인 1138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석유화학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은 '래깅 효과(원료 구매와 석유 제품 판매 간 시차로 발생하는 마진 변동)'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는 기초 유분 스프레드(최종 제품과 원재료 간 가격 차이)가 손익 분기점(톤당 250~300달러)을 넘지 못해 석유화학 기업들이 적자에 허덕였다. 그러나 과거 싼값에 매입한 원료를 활용해 생산한 석유 제품을 전쟁 이후 비싸게 팔게 되면서 스프레드가 상승했다. 최근 기초 유분 스프레드는 손익 분기점을 훌쩍 넘어섰다고 한다.
기업들이 보유한 나프타 분해 시설(NCC)의 가동률도 차츰 높아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중동 사태 이후 73%로 유지하던 대산 공장 가동률을 지난달 83%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여천NCC도 60%에서 65%로, 대한유화도 62%에서 72%로 가동률을 높였다. LG화학은 1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대산, 여수 1공장의 2분기 평균 가동률을 7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역래깅 효과를 우려하는 전망이 많다. 비싸게 원료를 사들였으나, 판매 시점에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지는 현상이다. 주로 유가 하락기에 발생하며 재고자산평가손실로 영업이익을 갉아먹는다. 3월 중순 두바이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했으나, 이날 기준 97달러로 떨어졌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급하게 재고를 확보하던 기업들이 종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이런 움직임을 멈췄다.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 스프레드 하락세가 뚜렷하다"며 "6~7월에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실적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도 석유화학 산업에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미국, 이란 간 종전이 얼마 남지 않아 스프레드 변동성이 크고, 하반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공급망 안정화, 구조 개편 효과 등을 중장기적으로 살펴보고 신용 등급에 반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