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서는 이달부터 중국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지상 조업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이 로봇은 연간 승객 6000만명 이상이 오가는 공항 계류장에서 여행객의 짐과 화물을 옮기는 업무를 돕는 중이다. 영국 런던의 한 재활용 시설에서도 중국 업체가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이 컨베이어벨트 위 폐기물을 골라내는 작업에 나섰다.
최근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이 세계 각 국의 산업 현장에서 속속 투입되고 있다. 공장에서 제조를 담당하는 것은 물론 사람이 일하기 싫어하는 재활용 선별 현장이나 고위험 작업장 등에서도 중국산 로봇이 담당하는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7일 산업계에 따르면 일본항공 산하 JAL그라운드서비스와 GMO AI&로보틱스는 이달 하네다 공항에서 중국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지상 조업 실증 실험을 시작했다. 2028년까지 수하물·화물 적재와 하역 등 체력 부담이 큰 업무를 로봇이 얼마나 보조할 수 있는지 단계적으로 검증한다.
고령화로 인력난이 심화되자 안전 관리 같은 핵심 업무는 사람이 맡고 로봇은 반복적이고 노동 강도가 높은 작업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런던 동부 레인햄의 샤프그룹 재활용 시설에서는 중국 리얼맨로보틱스가 만든 휴머노이드 '알파'가 폐기물을 골라내는 작업을 배우고 있다. 이 시설은 매년 최대 28만톤의 재활용품을 처리하지만, 먼지와 소음이 심해 작업자 이직률이 40%에 달한다. 영국 로봇 업체는 중국산 로봇 플랫폼을 실제 재활용 공정에 맞게 개조해 선별 라인에 세우는 방식을 시험하고 있다.
중국 로봇은 일찌감치 자국 생산 라인 곳곳에도 투입돼 왔다. 상하이자동차(SAIC)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사인 상하이GM은 지난 3월 말 뷰익 일렉트라 E7의 배터리 양산 라인에 바퀴형 휴머노이드 로봇 '넝자이 1호'를 투입했다.
상하이GM과 상하이 로봇 스타트업 애지봇이 공동 개발한 이 로봇은 배터리 셀을 집어 올리고 적재하는 공정을 맡는다. 기존 자동화 장비가 정해진 위치와 동작에 맞춰 움직였다면, 넝자이 1호는 시각 인식과 양팔 협응 능력으로 들어오는 부품을 식별하고 집는 경로를 스스로 계획한다. 위험도가 높은 전기 작업을 로봇에 맡겨 작업자 부담을 줄이고, 기존 자동화 설비보다 적은 공간에서 유연하게 생산 라인을 운영할 수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중국 CATL도 지난해 말 휴머노이드를 생산 라인에 배치했다. CATL은 허난성 뤄양 중저우 생산 기지의 배터리팩 라인에 스피릿AI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샤오모'를 투입했다. 샤오모는 배터리팩 출하 전 검사 공정에서 고전압 커넥터를 연결하고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CATL은 샤오모의 작업 주기가 숙련 노동자와 비슷한 수준이고, 여러 배터리 모델이 연속 생산되는 환경에서는 하루 작업량이 사람의 3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공공·생활 영역에서도 로봇 투입은 확산되고 있다. 항저우 시후 일대 주요 교차로에는 노동절 연휴 첫날인 지난 1일 AI 교통 로봇 15대가 배치됐다. 이 로봇은 노란 조끼를 입고 바퀴 달린 받침대 위에 선 로봇들은 관광객 문의에 답하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에게 교통 위반을 경고하며 차량 흐름을 안내한다.
중국 생활정보 플랫폼 58닷컴에서는 지난 3월 사람과 바퀴형 로봇, 현장 엔지니어가 한 조로 움직이는 청소 서비스도 시작됐다. 중국 로봇 스타트업인 X스퀘어로봇이 만든 약 1.5m 높이 로봇은 테이블 닦기와 바닥 청소 같은 반복 작업을 맡고, 사람은 손이 닿기 어려운 기름때와 곰팡이 제거를 담당한다.
중국 정부는 로봇 산업을 국가 주도 성장 축으로 삼고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3월 공개한 2026~2030년 15차 5개년 계획에서 로봇과 피지컬 AI를 전략적 신흥 산업의 핵심으로 꼽았다.
국제로봇연맹(IFR)은 "중국은 AI 연구의 무게 중심을 소프트웨어에서 제조·서비스 현장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을 실행하고 있다"며 "이번 5개년 계획 후반부에는 로봇의 상용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