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은 대형 원전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SMR 경쟁력은 원자로 성능보다 제조 역량에 달려 있다."
부산 벡스코에 열리고 있는 '2026 한국원자력연차대회' 이튿날인 23일, '소형모듈원전(SMR)의 기회와 도전'을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첫번째 패널로 나선 김한곤 혁신형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사업단장은 i-SMR 개발 현황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SMR은 모듈 형태로 제작·설치·운영이 가능한 전기출력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를 뜻한다. 대형 원전 대비 규모가 작고, 공장 제작 후 현장 조립이 가능해 건설 기간이 짧고, 필요한 부지 면적도 적은 게 특징이다. 전 세계 17개국에서 83개 이상의 SMR 노형이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혁신형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단에서 i-SMR(170MWe급)을 개발하고 있다. 사업단은 지난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i-SMR에 대해 표준설계인가를 신청했다. 본격적인 인허가 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김한곤 개발사업단장은 "i-SMR의 발전 단가는 메가와트시(MWh)당 65달러 정도로 추정되는데 대형 원전 발전 단가보다는 높지만, 천연가스 발전 단가보다는 낮다"며 "2028년 설계 완료, 2033년 첫 시운전, 2035년 상업화 목표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지난 30년간 성공적인 대형 원전 건설 경험을 축적해 왔다"며 "여기에 안전 운전이 가능한 스마트 기술을 더해 i-SMR을 만들어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부연했다.
각국 에너지 기업 전문가들도 패널로 나섰다. 캐나다 아크클린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울프 사장은 ARC-100 개발 현황을 공유했다. ARC-100은 100메가와트(MW)급 SMR로, 2030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캐나다에서 관련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아크클린테크놀로지는 한수원과도 협력 중이다.
제임스 울프 사장은 "ARC-100은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이 가능하고, 20년 주기의 긴 연료 교체 주기를 갖는 게 특징"이라며 "캐나다, 미국 등 북미 지역 진출을 목표로 두고 있으며, 부지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 솔트포스 에너지의 안드레아스 비간드 스코필드 최고기술책임자는 현재 개발 중인 해상 부유식 용융염 원자로인 seaMSR-100에 대해 소개했다. seaMSR-100은 조선소에서 바로 제작해 해상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육상 원전 대비 부지 확보가 쉽고 설치가 빠른 게 특징이다. 삼성중공업, 한수원 등과 협력하고 있다.
각 전문가는 SMR 개발 과정에서 초도호기를 만드는 데 리스크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규제 불확실성,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막대한 비용 등이 반영되는 시험 대상으로, 누구도 첫 번째 기업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요가 있는 기업 역시 리스크가 반영된 첫 기기는 사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제품이 계속 양산될수록 가격도 낮아지고 더 나은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세션 좌장을 맡은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빅테크 기업들이 SMR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원전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초도호기 설계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해결한다면, 모든 고객들이 해당 설계를 찾아갈 것이기에 '최초가 된다'는 리스크를 감당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